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21~22일 상반기 실적을 줄지어 발표한다. KB금융은 21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은 22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2분기(4~6월)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363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1~3월) 합산 순이익(4조6399억원)을 합치면 상반기 순이익 추정치는 9조33억원에 달한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상반기에 합산 8조910억원의 순이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는데, 올해 상반기 추정치는 이보다 11.28%(9123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기세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들의 입장에선 늘어난 이익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자칫 '관치 금융'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미 은행권 이자이익에 대한 정부의 '이자 장사' 지적과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이 커지면서 금융지주의 하반기 실적은 '안갯속'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비은행 부문 계열사의 성장 둔화가 예상돼 은행의 건전성 우려가 심화되는 것도 부담이다.
여기에 취약계층 금융지원이라는 정부 당국의 압박도 한몫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종료를 앞둔 대출 상환유예 조치에 대해 은행권이 장기 분활상환을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등 각종 지시를 내리는 중이다. 2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나면 이러한 요구가 더욱 구체화하고 강도도 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약층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 중 빠진 부분에 대해선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는 주가에 호재인 데도 고통 분담 리스크 때문에 금융지주 주가가 제대로 오르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실제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올해 4∼5월 무렵까지 고공행진이 이어졌지만, 정치권과 당국의 금리 인하 요구 등이 지속하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적이 잘 나오면 새출발기금 출연이나 저신용 청년층 채무 감면, 금리 인하 등 고통 분담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일단 대책은 정부가 마련해 발표했지만 재원의 상당 부분은 금융권이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역대급 실적에도 국내 은행주를 던지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관치 금융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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