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지지율 '데드 크로스' …尹대통령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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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교수
입력 2022-07-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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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교수]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에 덮이면 꺾이게 된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가볍고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이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 ‘설해목’(雪害木) 대목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교훈을 줄 수 있는 자연 이치를 말하고 있다. 집권에는 성공해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이 보여준 교훈이다. 윤 대통령이 이전 정권들의 비바람을 이겨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집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잘못들이 차곡차곡 쌓여 국민 여론의 ‘데드크로스’, 즉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갤럽 등 여러 여론조사기관들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인사난맥, 민생경제 해결 부족, 오만과 독단, 외교안보 불안, 그리고 ‘여사 리스크’ 순으로 나타났다. 언론사 한 간부는 “국정동력 회복탄력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 정부의 위기를 크게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과 각료들인 총리·비서실장·장관들의 문제 등 2가지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대통령 리더십의 핵심 ‘스테이츠크래프트’(statescraft), 즉 국정운영능력의 부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윤여준 전 장관 등이다. 이는 인사 난맥과 더불어 국민(언론)과의 소통부족 및 레토릭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어스테핑에서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는 표현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진중하지 않은 표현이다. 대통령 자체는 영광이지만 대통령직 수행은 고난의 길이다.

둘째, 총리, 비서실장, 장관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따라서 개각에 대한 여론이 일고 있다. 여러 차례 지적된 대통령실의 문제점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비서실장 교체까지 나오고 있다. 독일 철학자 막스 베버는 자유민주주의 정치 핵심으로 “책임, 열정, 균형”이라고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말했다. 현 정부 총리, 비서실장, 장관들의 책임, 열정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스타 장관들이 나와야 한다”고 분발을 요구했다.

대통령과 내각 모두 국민 공감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미지 메이킹이나 퍼포먼스 능력까지 부족하니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세대, 성, 지역, 정파 할 것 없이 ‘골고루’ 지지율이 빠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지기반 TK(대구경북)에서도 급락하고 있다. ‘위기 시그널’이다.

그럼 성공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되기 위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해법은 집단지성 민심에서 찾을 수 있다. 민심이 천심이다. 먼저 대통령 리더십을 제대로 갖추는 일이다. 국제적으로 성공한 리더 영국의 처칠, 독일의 아데나워, 프랑스의 드골, 그리고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등이 보인 ‘용기의 리더십’이다. 3가지 차원의 용기다. 먼저 자기를 절제하고 겸손할 줄 하는 용기이다. 최고 권력자로서 오만과 독선을 뿌리치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공감의 리더십이다. 둘째로 위기 대응과 더불어 약자와 함께할 줄 아는 용기다.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 등으로 서민과 중소기업들의 고충이 심각하다. 법인세를 감면하는 부자기업을 챙기는 정책이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대안 제시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로부터 종속된 에너지 수급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일 정부는 ‘9유로 대중교통 티켓’을 발매해 2100만 명이 구입할 정도로 ‘정책 홈런’을 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수급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자 서민층을 위한 조치이다. 셋째로 강대국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말할 수 있는 용기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나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국익을 위한 외교를 하라는 주문이다. 삼성 등 우리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듯이, 구글 등 미국기업이 한국에 대규모 투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안보다.

둘째,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인연이 없는 베이커를 비서실장에 임명해 ‘레핵관’을 제압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열광하는지를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자폐출신 변호사 우영우가 강자에 맞서 약자들을 위해 변호하는 모습에 감동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삼은 ‘변호사’ 영화가 히트를 친 것과 맥락은 같다. 시대정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애 있지만 역량 있는 사람을 ‘검찰총장’ 혹은 ‘고위층’으로 임명할 용기가 있는가. 현 정부 내각이 ‘서오남’, 특정 학교·나이·성으로 과도하게 집중되고, 흠과 재산이 많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초특권층’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는 과거 문 정권이 보인 ‘그룹 싱킹’(집단 사고)의 위험을 답습하고 있다.

선진국인 독일과 미국의 내각 인사를 윤석열 정부 인사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건강한 자연생태계의 다양성처럼 다원주의 출신 정부다. 먼저 독일 숄츠 내각은 남녀 동수 장관, 전국 골고루 지역 및 대학 출신, 이민자 출신, 다양한 정파로 구성된 신호등 연정(사민당+녹색당+자민당)으로 통합의 정치를 하고 있다. 민주국가의 핵심 ‘인사 다원주의’를 통해 복잡한 여러 문제를 잘 해결해가고 있다. 녹색당 출신 하벡 경제부장관과 베어보크 외교부장관은 국민 6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일선에서 민생문제와 외교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벌주의 트럼프 정부 실패를 반면교사로 미국의 바이든 정부 역시 남녀 거의 동수 장관구성비(56:44), 여러 지역 및 소수인종(원주민) 출신 등 다양한 인재들을 발탁해 ‘미국사회의 축소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과 미국은 다원주의 인사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셋째, 새 소통방식이다. 도어스테핑 새 방식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부작용이 나타나면 즉시 T/F팀을 꾸려 대응하는 위기 관리방식이 필요하다. 대국민 및 홍보 로드맵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 등 역대 총리가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소통방식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중심에 총리청 산하 ‘언론정보청’이 있다. 국내외 언론 및 정보를 수집 분석해 대응방안을 총리 및 주요 장관에 보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나아가 총리가 정례적 기자회견은 물론 각 부처 장관 역시 정례 및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소통한다. 헌법 사항인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또한 메르켈 총리 성공에 남편의 내조(?), 즉 자유로운 유령 같은 존재의 역할도 있었다. 김건희 여사에게 주는 시사점이다. 여사 가십거리가 많을수록 대통령 존재감은 약화되고 불경기에 비호감도만 높아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기 초기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시정하고, 새로운 좋은 일을 도모하면 다시 국정 동력을 얻게 된다.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성과 성찰이 보이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에게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다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해 위의 교훈에다가 몇 가지 새로운 실천이 필요하다. 먼저 대통령과 내각이 어젠다·이슈를 주도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물가, 에너지대책 등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일이다. 독일은 어린이 지원금을 높였다.

둘째, 창조적 상상력으로 새 퍼포먼스, 새 상징정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사 간 대통령실에 언론사(신문사·방송사) 대표 및 편집국장을 초청해 설명하는 일부터 다양하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초청했고, 불통으로 비판받았던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하지 않았다. 또한 대통령관저 오픈식에 전국 각지 서민과 헌신하는 노동자 및 공무원들을 초청하는 일 등 그야말로 국민 공감능력을 높이라는 주문이다.

셋째, 현장과 지역을 자주 방문해 경청과 문제 해결을 하는 정치다. 손흥민 훈장 수여나 영화인들 파티 참여는 점수를 깎아 먹는 행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연아 선수를 동원해 역풍을 맞았다. 현장에 답이 있다.

마지막으로 ‘통 큰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중도 및 비지지자 포용, 비핵화와 더불어 북한 주민 돕기, 새 한·일관계와 북·일관계 개선, 청년 및 여성들 중용 등이다. 금상첨화로 세상 변화에 대한 공부로 새 비전과 콘텐츠로 미래 등불을 밝히는 작업이다. 위기는 기회다.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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