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KT의 탄소중립 실무를 맡고 있는 김현철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경영추진실 ESG혁신팀 팀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2020년 말 사내 지속경영관리위원회에서 RE100 가입에 대한 의견이 나와 관련 타당성 검토를 시작했고, 지난해 4월 ESG 경영을 본격적으로 선포한 후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RE100 가입을 추진했다"며 "RE100 캠페인을 운영하는 클라이밋 그룹이 KT뿐만 아니라 KT그룹 내 자회사가 함께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자회사 ESG 담당자들을 설득하고 탄소중립에 대한 약속을 받음으로써 지난 6월 RE100 가입이 최종 승인됐다"고 밝혔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과 디지털전환 사업이 주력인 KT는 직접적인 탄소배출(스코프1)이 주류인 제조업과 달리 통신기지국과 데이터센터 운영에 따른 전기 사용으로 인한 간접 탄소배출(스코프2)이 약 97%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탄소(온실가스) 배출량은 134만3964t(톤)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전년 대비 10% 늘었다. 전체 탄소 배출량에서 통신기지국의 비중이 74%, 데이터센터가 22%, 사무용 건물이 3%로 집계됐다.
◆올 하반기 탄소중립 구체적 로드맵 제시...자체 구축 비중↑
당장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무턱대고 구매하며 전기요금 지출을 2배 이상 늘리면 탄소중립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겠지만, 지속해서 외부 전기를 수급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경영상 현명한 판단은 아니다. 때문에 KT는 △녹색프리미엄 △제3자 PPA 체결 △REC 구매 △자체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 등 주요 탄소중립 이행 방안을 두고 그 비율을 고민하고 있다.
김 팀장은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과 같이 펀드를 조성해서 재생에너지 사업자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재생에너지를 수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자체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 위주의 탄소중립 포트폴리오를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KT는 전국 KT 국사 건물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함으로써 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리고 있다. 김 팀장은 "KT는 현재 전국 85개 국사에서 태양광 설비를 운영 중이다. 국사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일부를 태양광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소형 국사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100% 태양광으로 대체하는 작업도 시작해 5개 국사의 전환을 완료했다. 올해는 16개 국사를 100% 태양광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화문, 송파, 우면, 구로 등 서울 지역 KT 주요 건물에도 태양광 설비를 구축함으로써 사무용 전기에도 재생 에너지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풍력 발전 설비 구축은 지방 국사의 위치와 송배전 관련 문제로 인해 검토만 하고 실제 실행에는 나서지 않았다.
통신 기지국과 소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결합함으로써 기지국을 재생 에너지로 운용하는 것은 아직 검토 단계다. 이는 기지국이 설치된 도심 건물과 부동산이 대부분 타인 소유라 태양광 설비 구축을 위해서는 많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기지국과 태양광의 결합은 이론상으로는 효율적이고 우수한 탄소중립 실현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구축 비용, 부동산 소유주와 협의, 우천 시 운영 방안 등 넘어야 할 허들이 많은 만큼 검토가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KT가 언제부터 관련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다섯 번째 방안으로는 에너지 효율화, 즉 이용하는 전기 자체를 줄이는 것이 꼽힌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 2015년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통합관리 플랫폼 'KT-MEG'을 개발함으로써 기업 업무에서 소모하는 전기를 최소화하고 있다. 기업의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운영을 최적화함으로써 전력 소모를 줄이고, 줄인 전력을 다시 전력거래소에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는 솔루션이다.
김 팀장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AI 빌딩 오퍼레이터'와 'AI IDC(데이터센터) 오퍼레이터'도 상용화했다. AI가 건물의 전체 전력 소모를 24시간 제어함으로써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다. AI가 건물 내외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최적의 냉난방을 제공함으로써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한다. KT의 측정 결과 AI 빌딩 오퍼레이터는 사무용 건물의 전력 소모를 10~15%까지 줄여준다. AI IDC 오퍼레이터는 전력 소모를 약 4% 줄여준다. 지난해 KT 목동·용산 데이터센터에 적용했고, 올해는 수도권 데이터센터로 확대 적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KT는 그린 데이터센터 설계·운영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전력효율지수(PUE)를 1.4 수준으로 향상시킴으로써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과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PUE 평균은 1.8, 글로벌 데이터센터 평균은 1.57로 KT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 김 팀장은 "민간 데이터센터나 서버실은 PUE가 2.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KT의 데이터센터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우수한 PUE를 갖췄다"며 "PUE가 나쁜 데이터센터와 서버실을 KT 데이터센터로 통합(상면)하면 전체 전력 소모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 현실화 필요...통신 공익적 부분과 비대면 고려해야
김 팀장은 LG유플러스가 요청한 이동통신 사업자의 탄소 배출 무상할당 대상 선정에도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7월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통신 사업의 공공적 특성과 통신을 활용한 비대면 확대로 인한 차량 운행 감소 등을 이유로 들며 이통사의 탄소배출권 부담을 낮춰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팀장은 "5G 등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해 이통사의 전력 소모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국내 사회·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통신 인프라다. ICT 기술이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지속적인 통신 고도화를 위해 장비 투자를 멈출 수도 없는 만큼 이러한 점을 고려해 통신 업계에 대한 (탄소 배출 무상할당 대상 선정) 혜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통신장비가 외산이다 보니 고효율 저전력 국산 통신장비 기술 개발에 과기정통부가 앞장서주면 (이통사의 탄소중립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김 팀장은 "구현모 KT 대표는 KT가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KT는 단순히 이익만 좇지 않고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일례로 과거에는 연구개발이 사업성 위주로 진행됐다면, 현재는 전 세계적인 ESG 추세도 반영하고 있다"며 "KT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RE100이나 '한국형(K)-RE100'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관련 생태계를 키우고 더 많은 국내 기업이 탄소저감 행보에 동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