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미·중 경쟁의 치열한 각축전, 한국은 한국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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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입력 2022-08-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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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

미·중 관계에 또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낸시 펠로시(Nancy Pelocy) 미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함구한 채 아시아지역 순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며 ‘불 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玩火必自焚)라는 거친 말로 강력반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우회적으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양국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분명하고, 적어도 당분간은 일정한 협의에 도달할 수 없는 현 상황을 잘 알지만 ‘그래도 대화를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좋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적 인식은 갖고 있다. 사실 미·중 양국은 원론적 차원에서 인식차에 대한 설전을 계속하면서도 이 상황이 충돌로 비화하는 것은 원치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다음 일전을 대비해 서로 우군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는 독재 정권이자 약탈 경제 국가’로 규정 한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을 위협하는 유일 경쟁자로 정의하고 중국의 도전 제어를 미국 외교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5월 26일 조지 워싱턴대 대중 전략 연설을 통해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법과 원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음에도 이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전략적 환경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은 과거 70여 년간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유일 국가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based international order)’를 해치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신냉전(新冷戰)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의 체제 변화는 물론 동맹을 규합해 중국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고 중국과 충돌할 뜻이 없음을 밝혀 왔다. 그러나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동맹 간 대결로 미·중 관계를 설정한 미국의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외교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견제하고, 군사적으로는 중국의 반접근 지역 거부 전략(A2AD)에 대항해 강대국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혁신적인 작전개념인 합동전투수행개념(Joint Warfighting Concept)’을 채택했다. 경제적으로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IPEF)와 칩4(CHIP4) 반도체 동맹을 통해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정책이 지도자들 간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7월 9일 열린 G20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은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언행을 바꿔야 한다면서 각종 대 중국 제재법안의 철폐와 상호 합의한 8개 영역 협력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또 공급망 재편 시도는 기술공포주의(技術恐怖主義)의 전형이며, 특히 기후변화나 북한의 비핵화 등 글로벌 이슈 협력은 가능하다는 미국의 입장은 자기중심적 논리라고 일축한다. 중국이 국제평화와 안보, 개인과 주권 국가의 권리를 보호해온 국제법과 협약, 원칙과 제도의 방어와 강화에 나서야 공존과 협력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호 인식과 설전 속에서 양국은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의 인-태전략과 오커스(AUKUS)를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속적으로 태평양 도서국가에 대한 중시는 물론 영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 PBP(Partners in the Blue Pacific)를 결성하고, IPEF도 출범시켰다. 특히 러시아를 압박하는 나토(NATO) 정상회담에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태국가를 참여시켜 유럽의 나토와 인도-태평양지역의 우군들을 규합해 이 두 동맹체를 연계하는 변화도 추동 중이다. 최근에는 메콩강 유역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수자원 권력화’와 연결되자 미국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태 전략의 중앙부에서 중국의 시선이 불편한 이 지역은 미·중 새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상대적으로 러시아와의 무한 협력관계가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의 조바심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양국이 더 이상의 확전을 원치 않는 모양새도 감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낮춰 인플레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지속적 압박 요구 사이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겉으로는 잘못된 대중 정책으로 결국 미국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중국의 승리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7월 28일 열린 바이든 –시진핑 전화 통화에서 긍정적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또다시 양측은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설전과 입장차만 노출했다. 결국 두 나라는 다시 버티기에 들어갔고, 세계는 실질적인 G 제로(G0)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이는 미·중 양국의 녹록하지 않은 국내 상황과 맞물려 외교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를 둘러싼 대 러시아 제재가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11월 8일 거행되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8-9%에 달하는 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총기 난사 사건이 계속되고 낙태 논쟁 등이 겹치면서 내부 가치 충돌로 인한 분열과 빈부격차 확대는 국내 안정은 물론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천명한 ‘미국의 주도하는’ 민주에 기반한 가치동맹 외교라는 대외 정책 추진력마저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이다.

중국도 복잡하다. 10월 말 시진핑 집권 3기를 결정할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표대회를 앞두고 사회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지만, 효율성을 의심받는 제로 코로나 정책(淸零)의 강행으로 국내외적 공급망 위기는 물론 공전의 경제 위기가 엄습하자 민심마저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의 무역 및 기술 패권 갈등 외에 신장 위그루 지역의 인권 문제와 홍콩에서의 ‘한 국가 두 체제’(一國兩制) 무력화, 대만에 대한 압박 철회와 북핵 문제에 대한 실질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면서 국제적으로도 곤혹스런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글로벌 포괄적 한·미 동맹 구축과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역할 수행을 천명한 한국 정부는 중국은 계속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3각 협력 구도 확대가 중국에 전략적으로 불리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대미 경사를 불편하게 보는 중국은 사드(THAAD)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 동맹화 반대 및 미국의 MD 체제 불 편입이라는 소위 사드 3불 약속을 지키라며 한국을 압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국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한국도 중국의 이익과 우리의 이익이 다를 수 있듯이 우리의 가치가 미국의 가치와 다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양국의 속내를 적확하게 읽어낼 전략과 노력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한국은 한국 편이기 때문이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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