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5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는 무더위에 지친 선수가 기권하고 관중이 탈진해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런던의 당시 낮 최고 기온은 34.2도에 이르렀으며, 개막일에는 29.7도를 찍어 147년 만에 역대 가장 더운 대회 개막일로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미국에서 막 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는 고통스러운 더위에 선수들이 감독에게 교체를 요청하는 장면이 나왔다. 또한 벤치에 앉아 있던 후보 선수들이 전반전 경기를 라커 룸에서 시청하는 이례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내년 7월 캐나다, 미국, 멕시코에서 펼쳐지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의 걱정거리도 '폭염'이다. 클럽 월드컵 상황을 봤을 때 1년 뒤 같은 시기에 열리는 월드컵에서도 선수들이 유사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 역시 클럽 월드컵을 본보기 삼아 폭염 시에는 하프 타임 시간을 20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FIFPRO는 "건강과 안전은 상업적 측면보다 더 우선돼야 하며, 기온과 습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온열지수(WBGT)가 28도를 넘으면 휴식 시간을 추가하고 32도를 넘어서면 경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짚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북중미 월드컵 폭염 해결책으로 '지붕 있는 경기장' 사용을 언급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더위는 전 세계적 문제다. 2024 파리 올림픽, 다른 축구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쿨링 브레이크(수분 흡수를 위해 경기를 잠시 중단하는 시간), 그라운드에 물 뿌리기 등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북중미 월드컵 때는 지붕이 있는 경기장이 늘어난다. 낮에는 이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8일 프로야구 KBO리그 더블헤더 미편성 기간을 확대했고, 일요일 및 공휴일 경기 시작 시각을 일부 조정했다. 현행 4분인 클리닝 타임도 최대 10분으로 연장했다.
프로축구연맹은 폭염 시 경기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2018년부터 실시한 쿨링 브레이크도 실행 중이다.
폭염 피해는 엘리트 체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교 체육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9일 서울 소재 유·초·중·고등학교에 '폭염 장기화 예상에 따른 피해 예방 안내' 공문을 통해 폭염경보가 내려질 경우 체육수업을 비롯한 모든 야외 활동을 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일본국립환경연구소와 와세다 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더위 수준이 안전한 한계를 넘어서면서 2060년대에는 일본 전역의 학교 스포츠 대회와 클럽 활동이 여름 내내 대부분 취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진전되면 예전처럼 학교 체육 활동을 이어가는 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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