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세타 엔진 충당금 8조…악몽 종착지 보인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오는 24일과 25일에 3분기 실적을 각각 공시할 예정이다. 이번 3분기 실적에서 현대차는 1조3602억원, 기아는 1조5442억원 등 총 2조9044억원의 세타 엔진 품질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양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대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세타 엔진 문제로 충당금을 반영한 시기는 2017년부터다. 2017년 1분기 각각 2200억원, 1700억원(총 39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했다. 이후 2018년 3분기 각각 3000억원, 1600억원(총 4600억원), 2019년 3분기 각각 6100억원, 3100억원(총 9200억원)으로 매년 규모가 늘어났다. 2020년 3분기에는 각각 2조1352억원, 1조2592억원(총 3조3944억원)으로 충당금 규모가 절정에 달했다. 올해 3분기까지 반영하면 누적 충당금 규모는 총 8조688억원(현대차 4조6254억원, 기아 3조4434억원)이다.
기아의 3분기 실적 예상치도 매출액 22조1438억원, 영업이익 2조22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73%, 67.53% 증가다. 지난 2분기 매출액 21조8760억원, 영업이익 2조2341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충당금 규모를 보수적인 기준으로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20년 충당금 규모를 최대로 산정하면서 리스크를 크게 해소한 것으로 봤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차량 수명 연장과 환율변동으로 인한 금액 상향 등 다양한 요인이 발생했다”면서 “추후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에 추가적인 충당금 반영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3분기 충당금 반영으로 인해 리스크가 한층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이번 3분기를 세타 엔진 부담을 털어내는 최적의 시점으로 삼았다는 관측이다. 실적 호조를 이어가는 상황이기에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번 현대차‧기아의 3분기 실적은 세타 엔진 이슈를 제외할 경우 여러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완성차 업계에서 3분기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판매 비수기로 통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차량 출고대란 등이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현상으로 나타나며 현대차‧기아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강달러 현상까지 맞물린 것도 호재다.
이러한 우호적인 환경과 함께 품질 향상까지 뒷받침되면서 차량 판매는 날개를 달았다. 현대차·기아의 3분기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현대차 102만249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75%, 기아는 61만9020대로 10.67% 각각 증가했다. 양사 합산 164만15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57% 증가다.
차량 판매는 전기차를 비롯한 제네시스, 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이 중심이 되고 있다. 4분기에는 신차 대기 물량이 쌓여있는 점과 전통적인 성수기 효과까지 더해져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신차 구매고객에게 제공하던 인센티브 할인 혜택이 크게 낮아진 점도 수익성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공격적인 신차 출시도 고무적이다. 기아는 최근 첫 번째 전용전기차 ‘EV6’의 고성능 모델인 ‘EV6 GT’를 출시했으며, 현대차는 전용전기차 세단 모델인 ‘아이오닉6’ 출시에 이어 조만간 7세대 ‘그랜저’까지 동반 출격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경기침체 등 여러 악재가 상존하고 있음에도 전기차 시장에서 크게 선전함과 동시에 신차 출시 간격이 짧아지고 카플레이션과 강달러 현상 등이 여전하다”면서 “악재를 뛰어넘는 추진동력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 현대차‧기아의 실적은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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