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400선에서 횡보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개미)들은 증시를 탈출해 펀드와 간접투자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심과 기업 실적 부진으로 약세장이 지속되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형 펀드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투자자들은 채권형·주식형·원자재형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을 분산 투자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9조26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75조1070억원과 비교하면 약 34% 감소한 수치다. 예탁금은 코스피 상승에 따라 이달 들어 51조원까지 증가했지만 코스피가 2400선에 머물자 예탁금도 같이 줄어들었다. 최근 외국인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하자 예탁금은 지난 16일 50조원→18일 49조6880원→24일 47조7310억원까지 빠지기도 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이다. 언제든지 주식 매입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기에 주식 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척도로 여겨진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는 유지된다"면서도 "중국의 코로나19 시위 등 여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매수와 매도보다는 관망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 예탁금도 같은 선상에서 계속 머물거나 그 이상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예탁금에서 빠진 자금은 채권형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국공채 펀드로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에 총 27조7523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공채 전체에 유입된 설정액은 5조2176억원으로 하루 만에 111억원 증가했다. 한 달 만에 665억원, 3개월 새 1756억원 급증했다. 회사채를 제외한 일반채권전체 설정액은 19조5987억원이지만 일주일 사이 2494억원, 1개월 동안 9733억원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식형 펀드도 인기다. 펀드매니저가 특정 섹터 내 종목들을 선정해 담는 ‘액티브주식섹터’에는 같은 날 기준 7645억원 순유입됐다. 해외 주식형 펀드 부문에서는 북미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10조원대로 해외권 1위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지금을 채권 매수 적기로 보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일반적으로 주가지수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즉 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락하면 채권 투자를 할 시기로 보는 것이다. 이날 국고채 10년물 최종 호가 수익률은 3.673%를 기록했다. 최고점이었던 지난달 21일 4.632%에 비해 20.7%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도 금리 고점이 지났다고 판단하고 채권 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체는 단연 개인투자자"라며 "다른 투자주체들과 비교될 정도로 잔액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KB증권에서 채권을 매수한 고객 중 약 63.5%가 올해 처음으로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강세가 꺾이면서 안전자산인 금·은·구리 등 원자재 ETF도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5일 누적 기준 KODEX 골드선물(H)에는 6조9100억원, KODEX 은선물(H)에는 2조1700억원, KODEX 구리선물(H)에는 총 3조9400억원이 들어왔다. 수익률은 순서대로 0.04%·-0.12%·2.42%로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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