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현장이 올스톱됐다. 근로자의 일상이 파괴된 것은 물론, 각 근로자 가정의 생계도 전부 올스톱됐다."(둔촌주공 건설현장 A하청업체 대표)
"공사중단은 둔촌주공 조합원들에게 PST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다. 6개월간의 공사중단으로 '통곡의 벽'을 쌓았는데 또 다시 공사가 올스톱 될 위기에 처했다. 공사가 또 멈추면 그 피해는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정부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나서달라."(둔촌주공 입주예정자 대표)
정부와 전국민주노동총연맹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피해가 산업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사가 중단된 건설현장에서는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졌다. 현장 근로자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정부의 조속한 업무개시명령 확대를 요구했다.
30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만난 A업체 대표는 "화물연대 파업의 최대 피해자는 현장 근로자들"이라며 "공정이 멈추면 하루 벌어 먹고사는 일용직들은 급여가 끊기기 때문에 근로자 본인은 물론, 그 가정도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일하고 싶어서 나왔다가 되돌아가는 근로자가 절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A업체는 둔촌주공의 타설(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 공정 대부분을 맡고 있다.
골조작업을 하는 다른 하청 B업체 대표도 "파업이 장기간 지속되면 공기(공사기간)를 맞추기 위해 작업을 막판에 몰아부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상황이라면 현장 근로자들은 내년 설도 못쇠고 작업 강행군을 벌여아 하는데 안전, 원가상승, 생산성 측면에서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주택협회가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공사중단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국 413곳에서 공사가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협회회원사 63개사 중 16개만 집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공사중단현장이 258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틀 만에 155곳이나 추가됐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에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164개 현장에서 14만6185가구의 공기가 지연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둔촌주공 시공단 관계자들은 다음달 1일부터 대부분의 공사가 멈출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 상태라면 다음주부터 골조공사가 전면 중단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력이 철수했고, 다음주터는 3분의 2인력이 철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현장 관계자도 "레미콘 때문에 추가 공정 진도가 안나간다"면서 "1일께에는 현장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식 한국주택협회 상근부회장은 "둔촌주공 현장을 비롯해 매우 빠른 속도로 공사중단 작업장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철강, 자동차, 정유, 화학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시공사는 공사중단에 따른 손해발생에 대해 계약 당사자인 하도급사에 구상권 행사만 가능하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손해를 공정하게 분배하거나 최종 불법책임자에게 묻을 수 있도록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둔촌주공 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건설현장 공사 중단 사태로 시공사뿐 아니라 입주예정자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화물연대가 자신의 처우를 걸고, 사회적 약자 행세를 하면서 자신들의 일부 뜻이 관철 안 된다고 생산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집단행위를 하는 것은 독점적 지위의 남용이라고 판단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물차주분들의 얘기도 많이 들었고, 복귀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면서 "법 앞에 평등한 건 법의 보호 받을 때뿐만 아니라 어겼을 때 받는 제재도 같다는 걸 말한다. 법을 어긴자와, 금방 복귀한자, 그리고 끝까지 명령에 불복하는 자는 다르게 대우할 것이고, 저의 모든 것을 걸고 하루 빨리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2시께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면담을 진행했지만 40분만에 협상을 종료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확대는 안 된다는 입장을,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품목을 확대하라는 기존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면담은 지난 28일 면담에 이어 이틀만이자, 시멘트 운수종사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내려진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공식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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