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좌담] 2023 반도체 산업 전망, 헤드헌터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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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23-01-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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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전쟁은 이미 시작, 글로벌 패권 경쟁 더욱 심해져

  • 인프라 유치와 인재육성을 위해 정부·지역사회·업계 힘 모아야

(왼쪽부터) 신주한 상무, 백영민 상무, 안이종 상무, 김경미 상무 [사진=스카우트파트너스]

새해 시작부터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시작은 지난 연말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K칩스법’이라 불리는 반도체특별법 중 이목이 집중됐던 시설 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율이 6%에서 8% 소폭 상향으로 결정되면서부터다.
 
미국의 25%,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제시한 20%, 야당 의원들이 밀었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반도체 업계와 언론은 걱정과 우려를 쏟아냈다. 이어 새해 시작과 함께 윤석열 정부는 추가적인 반도체 투자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글로벌반도체 시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2023년 국내 반도체 산업 전망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커리어 전문가 그룹 스카우트파트너스와 해법을 모색했다. 

다음은 헤드헌터 그룹 좌담 주요 내용.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신주한 상무=지난해는 ‘글로벌반도체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고 정의할 수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가 곧 ‘국보’라는 공통된 생각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에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파격적인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가파른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게 상당한 자극이 됐다.
 
특히 지난 7월 미 의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자국의 반도체 발전을 위한 정책과 지원 내용이 포함된 520억달러(약 68조원) 규모의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기업이 반도체 및 장비 생산을 위해 투자한 설비 비용의 25%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주는 파격적인 혜택 내용이 담겼다.
 
중요한 부분은 큰 혜택만큼이나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 의사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으로 연방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은 '미국 안보에 위협을 주는 특정 국가에서 첨단 반도체에 대한 설비 구축이나 확장을 금한다'라는 항목을 지켜야 한다. 구체적으로 향후 10년 동안 28나노미터(㎚·10억분의 1m)보다 발전된 칩이 중국내에서 생산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인다.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움직임도 분주할 것 같은데요?
백영민 상무=중국은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1조위안(약 187조원) 투입을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특히 SMIC, 화홍과 같은 첨단 반도체 기업들에게 2020년부터 10년 간 법인세 면제 및 소득세 감면이라는 엄청난 혜택까지 주며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으나 미국의 강력한 견제로 인해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은 상당한 걸림돌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 극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극미세공정 핵심기술을 주도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도 자국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U 또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난 2월 반도체 생산확대를 위해 430억유로(약 60조원)를 지원하는 유럽반도체법(ECA)을 도입하기로 제안하고 합의를 마친 상태다. 이를 통해 현재 10% 수준인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30년 2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경쟁자로 자주 언급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버티고 있는 대만도 반도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한 국가다. 심각한 가뭄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농지로 가야 될 농업용수를 반도체 생산공장으로 우선 공급한 것은 업계에서 유명한 일화로 알려져있다. 국가와 국민들의 엄청난 관심과 지지 속에서 TSMC는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R&D 투자액 25%, 설비 투자액 5%를 세액에서 감면해주는 산업혁신조례 신설 조항(대만 칩스법)의 행정원 승인이 통과된 상황이다.
 
중국, 대만, EU의 활발한 움직임과 함께 2023년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바로 ‘일본’이다. 1980년대 반도체 산업의 최고 전성기를 맞이했던 일본은 미국의 견제를 시작으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며 그 위상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하지만 장비 분야의 도쿄일렉트론, 소재 분야의 신에츠화학, 섬코 등은 아직 건재하며 최근에는 국가적으로 반도체 산업 재건을 위해 온 힘을 집중하고있다. 이미 지난해 2차 추경예산안에서 1조3000억엔(약 12조원)을 편성해 구마모토현에 들어설 TSMC 공장 건설비용 1조1000억엔 중 절반에 가까운 4760억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키옥시아, 소니, 덴소, NEC 등 일본을 대표하는 8개 기업들이 참여하는 반도체 산업 재건의 핵심 ‘라피더스(Rapidus)’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선언했으며 정부도 700억엔을 지원할 계획이다. 물론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일본이 단 시간 내에 옛 영광을 찾기에는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일본 정부 지의 적극적인 투자와원이 이뤄지고 기업들이 힘을 모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간의 경쟁도 치열할 것 같은데요?
안이종 상무=반도체 산업은 2년마다 칩 집적도가 2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부분에서는 신규 공정 도입을 위한 경쟁이 매우 뜨겁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상당히 벌어졌지만 3나노 공정 도입을 통한 칩 생산과 제품 출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어떤 식으로 흐름이 바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기대를 모았던 K-칩스법이나 정부의 지원 상황은 어떤가요?
안이종 상무=K-칩스법의 핵심이었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중 대기업에 대한 반도체 산업기술투자 세액공제율이 기존 6%에서 8%로 높아졌다. 미국의 25%,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제시했던 20%와 차이가 크며 야당 의원들이 주장했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도체는 단순 수출을 높이는 하나의 제품이 아니며 자국내 인프라 유치를 통해 가져올 수 있는 수 많은 메리트가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힘을 모아 경쟁 국가들과 발맞출 수 있는 다양한 혜택들을 반도체 기업에 제공하고 인프라를 유치하기 위한 직접적인 예산 지원도 이뤄져야 2023년 치열한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인재영입 관련 부분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경미 상무=모든 기업 경쟁은 인재확보부터 시작되며 반도체 산업 또한 예외는 아니다. TSMC와 삼성전자는 글로벌 인재영입을 위해 지금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를 기반으로 공장을 짓고 삼성전자는 텍사스주를 메인기지로 삼을 때 외부에서는 공장의 규모나 생산 시설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그 속에는 지역 기반한 우수 인재 영입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같은 미국 내에서도 애리조나와 텍사스 지역 사회는 온 힘을 모아 각각 두 거대 기업의 편에 서서 경쟁하고 있다. TSMC가 애리조나주립대(ASU)를 삼성전자가 텍사스주립대(TAMUC)와 함께 긴밀한 산학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매년 우수한 반도체 인재들을 모집하면서 지역간 대결 구도가 자연스럽게 성립된 것이다. 
 
반도체 핵심 인력 유치 싸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으나 앞으로는 국경과 언어 장벽을 넘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요 국가들은 자국의 반도체 인재 육성과 함께 외국의 우수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인력 상황은 풍족한 편인가?
김경미 상무=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은 당장 필드에서 필요한 석박사급 핵심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역 기반 소부장(소재·부품·장비)기업들은 생산 인력 모집까지 점점 힘들어지는 이중고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IT 기반으로 모든 산업이 재편되고 코로나까지 겹치며 IT 인력에 대한 대우나 보상이 크게 높아졌고 반도체 대신 개발이나 데이터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는 우수 인재들이 많아졌다. 또한 최상위 성적의 이과 학생들은 여전히 반도체 학과보다 의대나 치대, 한의대 진학에 관심이 더욱 크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대우까지 좋은 직업군에 한정된 인력자원 중 다수가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계속 제기되는 반도체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출발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외국 우수인재 영입을 위한 프로세스를 전문가 그룹과 함께 논의하여 적극 도입해야 할 때이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석박사 인재들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늘었으나 대부분은 현지에 남아 취업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상황이다. 합당한 수준의 처우와 함께 주택, 교육 등 부가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컨설팅 및 지원 가능해야만 그들을 데려올 수 있으며 이는 인구감소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종합해서 볼 때, 2023년 국내 반도체 업계 전망은 어떤가?
신주한 상무=최근 발표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시장의 중심인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성적은 예상보다 좋지 않다. SK하이닉스 또한 증권업계를 통해 영업적자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메모리 수요 부진으로 연결됐으며 내년 2분기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아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감산’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갈 예정이고 삼성전자는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며 TSMC와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 위해 3나노 경쟁에서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황 부진은 오랫동안 대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소부장 기업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벌써 인력감축 이야기가 도는 곳들도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희망적인 부분도 많다.
 
우선 정부에서 2% 상향에 그쳤던 세액공제에 대한 추가적인 상향 검토 소식이 보도되고 있으니 기대가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LX세미콘, DB하이텍, 원익IPS, 솔브레인 등과 같이 업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대표기업들이 정부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면 설비투자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또한 스타트업 붐과 함께 등장했던 파두, 세미파이브,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과 같이 실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의 빠른 성장이 눈에 띈다.
 
우수한 인재들이 반도체 분야에서 창업을 하고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한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며, 또한 기업들이 반도체 사업으로 축적한 자금을 유망한 반도체 스타트업 인수합병(M&A) 과정에 사용하고 성공사례까지 만들어진다면 2023년은 더욱 경쟁력 있는 시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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