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경고등' 켜졌는데…월 6조원씩 늘어나는 주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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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3-08-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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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면서 금융권에서는 통화당국이 강조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요원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연 3.5% 수준의 높은 기준금리를 7개월째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대출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 1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8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679조2208억원)과 비교했을 때 열흘 만에 6685억원 증가한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는 것은 주담대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같은 기간 512조8875억원에서 514조1174억원으로 1조2299억원 늘었다. 최근 주담대 규모가 급증한 것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대형 시중은행으로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5일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같은달 7일과 14일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내놨다. 지난달 26일에는 신한은행도 초장기 주담대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10일 기준 4개 주요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1조2379억원으로, 1조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문제는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서는 등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이다. 고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도 늘어나자 금융권 곳곳에서는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통화당국의 수장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수차례 디레버리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규모는 오히려 증가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2000억원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2조8000억원(5월), 3조5000억원(6월), 5조4000억원(7월)으로 그 규모를 키웠다. 같은 기간 정책모기지를 포함한 은행권 가계대출이 2조3000억원(4월), 4조2000억원(5월), 5조8000억원(6월), 6조원(7월) 늘면서 가계부채 확대를 견인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가계대출에서 70~8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담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담대는 전체 가계대출보다 빠른 지난 3월 반등했다. 은행권에서 늘어난 주담대 잔액만 해도 월별로 2조3000억원(3월), 2조8000억원(4월), 4조2000억원(5월), 6조9000억원(6월), 6조원(7월)에 달한다.

7월에는 주담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5년물 금리(월평균)가 전월 대비 각각 0.14%p, 0.06%p 올랐다. 그 영향으로 주담대 증가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증가 폭은 큰 편이다. 금융권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주요 은행으로 확대되면서 1조원 이상 취급되는 등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은행 조달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채 금리가 8월 들어서도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금융기관 대출상품 금리도 따라 오르고 연체율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5대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연 7% 선을 위협하는 등 가계부채가 늘어났는데 시중금리도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 연착륙도 중요하지만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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