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 참석 차 12일 오전(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에 도착했다고 AFP, 타스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올해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후 첫 해외 방문으로, 다음 주 중국에서 예정된 일대일로 정상 포럼 참석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12~13일 양일 간 CIS 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날 사디로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및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비슈케크 인근의 칸트에서 열리는 러시아 공군 기지 창설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CIS 정상회의는 1991년 창립된 구소련 국가들의 협의체로 러시아를 비롯해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등이 속해 있다.
이번 방문은 푸틴 대통령의 이례적인 해외 일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해외 방문을 극도로 자제해 온 가운데 마지막 해외 일정은 작년 12월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와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것이다.
이후 올해 3월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로는 해외 일정을 완전 중단했고, 이로 인해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협의체) 정상회의에도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키르기스스탄은 ICC 회원국이 아니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의무가 없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차츰 고립되는 상황에서 중국, 북한 등 친러 국가들에 대한 방문을 계획 중이라고 AFP는 전했다.
더욱이 다음 주 17~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이 예정되어 있어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국으로의 이동이 쉽게 가능하다.
앞서 러시아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관련) 소식을 발표할 것"이라며 함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팬데믹 이전 2017, 19년에 열린 1, 2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모두 참석하는 등 중국과의 협력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전날 모하메드 알 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만나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원인은 미국의 잘못된 중동 정책 때문이라며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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