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1호선 제기동역에 위치한 약령시장 입구에서 김민선 오미요리연구소 대표(40)를 만났다. 김 대표는 아담한 크기의 장바구니를 건네주며 “외국인들이 시장 투어를 하면서 시장 상인들과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도록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한국어를 먼저 알려주고 출발한다”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약령시장 넘어 경동시장 인근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식 요리 체험 프로그램(한식 쿠킹클래스)을 운영한 지 10년째 됐다. 투어 당일 약령시장~경동시장~청량리청과물시장을 돌며 요리 재료를 직접 구매한 뒤 그 재료들로 수업을 진행한다.
김 대표가 육회, 녹두전, 분식까지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눈길을 끄는 광장시장이 아닌 식재료만이 가득한 경동시장에서 쿠킹클래스를 연 건 외국인들에게 ‘서울’과 ‘서울의 맛’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였다. 특히 경동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식재료가 모이는 곳이어서 국내외 셰프들의 성지로 불릴 정도다.
김 대표는 “경동시장은 서울의 근현대사가 남아 있는 특별한 공간이며 시장을 지나다 골목골목 1940년 지어진 한옥도 발견할 수 있다”며 “외국인들은 시장 투어를 하며 전통 시장 분위기도 느끼고, 직접 상인들이 재료를 장바구니에 넣어주면서 간단히라도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으니 더 재미있어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쉽게 접해보지 못할 번데기, 오미자차 등은 시장 투어의 특별 시식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초기 상인들에게 외국인 관광객은 분주한 시장 골목길을 막는 불청객이었지만 이제는 상인들이 “굿모닝”이라며 인사를 먼저 건넬 정도로 기다려지는 대상이 됐다. 시장 투어를 마치고 진행되는 쿠킹클래스에서는 김 대표의 ‘된장·고추장 등 우리나라 장 문화’ ‘한국 된장과 일본 미소의 차이’ 등 한국 고유 식재료에 대한 설명도 투어의 재미를 더한다.
이처럼 체험 관광 콘텐츠 중 한식 쿠킹클래스는 외국인 관광객을 서울로 불러들일 새로운 콘텐츠로 꼽힌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회복세와 더불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한국 문화를 먼저 접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한식 쿠킹클래스를 찾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 미국이나 유럽권, 중화권 외국인의 쿠킹클래스 신청이 많았는데 요즘 들어 아프리카, 중동, 남미, 칠레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런 추세에 발맞춰 지난 8일 ‘2024 서울미식주간’ 일환으로 ‘전통시장 투어-서울 김치클래스’를 진행했다. 영국,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청년들이 경동시장 청년몰에 모여 김치 중에서도 ‘서울식 김치’를 직접 만들어 봤다.
인도네시아인 모니카는 김치클래스를 마친 뒤 유튜브 쇼츠 등 SNS를 통해 자신의 첫 김치 만들기 경험을 알릴 거라며 신이 나 있었다. 모니카는 “배추김치를 너무 좋아해도 직접 만들지는 못했는데, 김치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며 “김치 만든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 인스타그램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미식도시 서울을 알리기 위해 이날 김장 체험에 함께했다. 오 시장은 “김장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배워보는 건 처음”이라며 “그동안 김칫소를 많이 넣었는데 양념을 조금 넣어 깔끔한 맛을 내는 ‘서울식 김치’에 대해 새롭게 알아간다”고 말했다.
서울미식주간은 서울의 고유한 미식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행사다. 서울시가 주최한 올해 행사는 ‘일주일간 서울 미식여행으로 초대’를 주제로 오는 14일까지 노들섬과 서울 전역에서 열린다.
서울미식주간 동안 서울 시내 5개 전통시장에서는 한식 쿠킹클래스가 열려 영향력 있는 요리 전문가와 함께 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배울 수 있다. 또 13일에는 외국인 대상 서울미식체험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경동시장에서 구입한 재료들을 이용해 김밥을 만들어 보고, 인근 유명 통닭집에서 치맥을 즐기며 서울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