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통기획'의 역설...토허제에 신음하는 노후주거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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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4-11-2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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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우주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여기서 미싱 일만 근 30년을 하다가 최근 다리 한 쪽이 마비가 돼 저층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이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6층인데 오래전 집이라 승강기가 없어요. 그래서 봉제 공장지하에서 숙식을 하고 있죠.”
 
“사회복지사를 만나봤습니다. 그랬더니 집이 있어서 안 된다는 거예요. 근데 집도 지금 못 팔고 있어요. 집이 있어 복지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데, 그렇다고 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매도 자체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최근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 중 한 곳인 종로구 창신동에서 만난 다수의 주민들은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현재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거래 자체가 어렵다 보니 주택 처분도, 사람이 새로 들어오기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창신동의 경우 노후주택의 비율이 무려 95%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가장 열악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서울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신속한 재개발 추진이 가능한 신통기획 사업의 대상지로 이들 지역을 선정했을 것이다.
 
문제는 사업에 따라오는 투기를 차단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을 토허제로 묶어 과도한 투기 심리를 억누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신통기획으로 지정된 지역들은 상당수가 주거 정비 필요성이 매우 높은 노후 주거지들이다. 국내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로 기능하고 있다. 토허제 지정으로 주택 처분 등이 쉽지 않은 탓에 노후 주거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재산권 제한으로 인한 피해가 강제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창신동과 숭인동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사업의 1차 후보지로 이름을 올린 지난 2022년 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지 면적이 18㎡ 이상인 경우는 2년 이상 실거주 후 지자체의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비로소 거래가 가능하다. 올해 서울시가 이들 지역을 잇달아 신통기획 사업지로 선정하면서 사업 기대감은 커졌지만, 주민들의 삶은 의도치 않은 규제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토허제 지정과 이를 위한 정책적 타당성을 굳이 논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그간 서울시의 토허제 지정 정책이 너무 획일적이지 않았는지,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해 왔는지 되돌아 볼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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