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구추계는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담당한다. 이 연구소는 2020년 국세조사에 기반하여 2050년까지 30년 기간을 대상으로 장래 인구를 추계하였다. 2024년 4월에는 ‘일본 세대수의 장래 추계(전국 추계)-2024년 추계’를 공표하였고, 동년 11월에는 ‘일본 세대수의 장래 추계(도도부현별 추계)-2024년 추계’를 공표하였다. 이 추계는 5년마다 실시하며 가족 유형별(‘단독’, ‘부부’, ‘부부와 자녀’, ‘한 부모와 자녀’, ‘기타’)로 전국 및 도도부현별 장래 세대수를 예측한 것이다. 이 추계에서 나타난 일본의 장래 인구(2050년)는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 내용을 한번 들여다보자.
먼저 일본에서 2050년은 인구문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해이다. 바로 1971~1974년에 태어난 ‘단카이주니어 세대’가 모두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가 되기 때문이다.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1947~1949년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의 자녀 세대이다. 먼저 눈앞에 닥친 문제는 연간 최대 290만명이나 출생한 ‘단카이 세대’가 2025년에 모두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가 된다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바로 눈앞에 닥쳐온 현실의 문제이다. 그런데 다음의 파도가 25년 뒤에 다시 밀려온다.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매년 200만명 이상 태어난 세대로 2050년에는 이들이 모두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가 된다. 이번 추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먼저 75세 이상 고령자 인구에서 단독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급증한다. 동 비율은 2020년에 22.4%였는데 2050년에 28.9%로 증가한다. 75세 이상 10명 중 거의 3명이 홀로 거주한다.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특징은 대도시일수록 이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도쿄는 동 기간 29.9%에서 35.7%로, 오사카는 28.0%에서 33.5%로 증가한다. 한편 지방은 대도시에 비해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으나 47개 도도부현 모두에서 이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도시이건 지방이건 모두 홀로 거주하는 후기고령자 비율이 증가한다. 야마가타현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 비율은 20%를 넘어선다. 대도시는 청년 인구 유입으로 젊음을 계속 유지해 갈 수 있지만 지방은 청년 인구 유출로 고령화가 가속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25년 후의 일본은 이러한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대도시로 유입될 젊은 인구조차 고갈되고 유입된 젊은 인구의 고령화로 오히려 고령인구의 절대적 숫자가 대도시에서 더 증가하는 구조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령인구 중에서도 75세 이상 후기고령인구, 그중에서도 또 홀로 거주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참으로 암담한 미래상이다. 전국에서 75세 이상 단독세대가 2050년 시점에 704만명으로 2020년 대비 1.7배 증가한다. 도쿄에서만 2020년 50만명에서 2050년 90만명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때 늘어나는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빈곤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한 1990년대 이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세대로서 이른바 취직빙하기 세대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도 힘들었고 설령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어도 임금이 적게 오른 세대이다. 따라서 이 세대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자산축적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세대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더 빈곤해진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 단독세대가 전국에 700만명이 넘게 살게 된다. 도쿄에만 90만명이 살 것이다. 이 숫자는 과연 그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에 대비하기 위해 그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그렇다면 고령자 단독세대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도 암담한 미래상이 보인다. 고령자 단독세대 증가는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고령자 부부의 사별이요, 둘째는 황혼이혼의 증가요, 셋째는 미혼율의 급증이다. 부부의 고령화와 이 과정에서 배우자가 사망하여 발생하는 단독세대는 자연적 현상이다. 그러나 우울한 것은 황혼이혼과 미혼자의 고령화에 따른 단독세대의 증가이다. 경제성장을 우선해 온 일본사회에서 가정은 늘 둘째요 회사가 늘 첫째였다. 필자가 일본의 드라마에서 항상 듣던 남편의 대사, “회사일이니 어쩔 수 없어”(仕事だから仕方ない)는 그 전형이다.
단카이 세대는 그렇게 살아왔고 단카이 주니어 세대도 또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경제적 풍요와 더불어 삭막한 가정의 현실이 아니던가! 그러한 경제적 풍요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삭막한 가정의 현실은 자녀세대의 미혼율 증가로 이어진다. 2020년 국세조사에서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생애미혼율)은 남성 28%, 여성 18%로 사상 최고치였다. 미혼율 증가는 결코 경제적 어려움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성장만을 추구해 온 앞선 세대의 열악한 가정 현실 속에서 자라난 자녀세대의 고육지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혼율은 도시지역일수록 더 높았다. 그리고 그 미혼자들도 바야흐로 나이를 먹고 고령자가 된다. 2050년 이후 고령자 단독세대 증가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75세 이상 세대주 비율이 모든 지역에서 증가한다. 동 비율은 2050년 28.3%로 2020년 19.1% 대비 9% 포인트나 증가한다. 지방일수록 이 비율은 높아지며 아키타현은 무려 37.8%로 추정되었다. 10세대 중 거의 4세대에서 세대주가 75세를 넘긴 고령자라는 얘기다. 청년들이 도시지역으로 유출되면서 세대주의 고령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1세대 당 평균인원수는 모든 도도부현에서 감소한다. 평균인원수가 2인 미만인 경우는 2020년에 도쿄뿐이었으나 2050년에는 34개 도도부현으로 확대된다. 2050년 도쿄와 홋카이도는 1.78명(최소), 야마가타 2.15명(최대)의 분포를 보인다. 저출산의 영향이다. 세대수는 2050년에 모든 도도부현에서 감소로 전환된다.
이상을 정리해 보면, 2050년에는 ①총세대수가 모든 도도부현에서 2020년 대비 줄어들고 ②세대당 평균인원도 감소하여 34개 도도부현에서 2인 미만으로 되며, ③단독세대가 증가하여 전체 세대에서 점하는 비율이 40%를 넘는 지역이 27개 도도부현으로 늘어나고, ④75세 이상 세대의 비율이 증가하여 모든 47개 도도부현에서 20%를 넘어서게 되며, ⑤75세 이상 인구에서 홀로 사는 고령자의 비중이 46개 도도부현에서 20%를 넘게 된다. 이것이 앞으로 25년 후의 일본의 미래상이다. 여기에 어떤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 유감스럽게도 인구구조에 대한 전망은 잘 틀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집채보다 더 큰 쓰나미와 같은 도도한 흐름은 자잘한 정책 따위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인구문제의 가장 큰 원망스러운 특징이다.
일본 정부의 추정(2018년)에 의하면 사회보장비 지출은 2040년도에 190조엔이 예상된다. 2024년도 예산 대비 40% 증가한다는 추산이다. 재정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는 일본 사회 전체를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의 대책, 즉 국가의 대개혁을 요구한다. 고령자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노후 생활자금 확보에 필수적이다. 주거, 인프라, 치안, 방재, 의료, 돌봄 등 모든 면에서 인구감소, 고령화에 대비한 새로운 발상과 대책이 필요해진다. 인력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청년층이 감소하므로 치안, 국방, 의료, 돌봄, 소매와 유통, 음식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면서 필수적인 노동력이 급속히 고갈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의지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는 없다. 새로운 건국의 의지로 대책을 짜 내야만 한다. 그리고 이는 이웃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더 큰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