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은 4일,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와 6시간 만의 해제 등 일련의 사실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한국이 어렵게 획득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지적과 함께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둔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공영 NHK는 이날 오전 뉴스의 첫 머리로 한국 비상계엄 소식을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의 주요 일간지들도 이날 조간신문 1면 톱기사로 한국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실었다.
NHK는 한국 비상 계엄 해제 이후에도 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의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한 소식과 함께 정국이 혼란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만난 일본인들이 한국행에 앞서 불안감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다만 NHK는 “대형 여행사인 JTB와 HIS 등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투어 중단 등은 없으며, 여행객들의 혼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비상계엄 선포부터 포고령 발표, 국회 표결, 비상계엄 해제 등 일련의 사건을 속보로 실시간 전하면서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해 어려운 국정 운영을 강요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사태 타개를 노리고 비상계엄 선포라는 강경책을 단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가 모두 비판을 강화해 구심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교도통신은 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면서 “강권정치 시대로 퇴보한 듯한 강경책”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함’이라 하면서 시민로부터 정치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빼앗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앞으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정권의 향방은 더 불투명해졌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가가 너무 크다”고 전했다.
요미우리도 윤 대통령이 야당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이러한 수법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고 더 큰 혼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본 언론은 공통적으로 이번 사태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및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개선 흐름이 이어졌던 양국 관계에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국교정상화 60년에 맞춰 관련 행사도 검토가 이뤄진 가운데 계엄령이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듯하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일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시킨 것은 국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대일 유화를 추진한 윤 대통령의 결단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거취와 상관없이 한국 정부가 기능 부전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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