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화학업계, 신사업으로 위기 속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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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5-01-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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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사업 조금씩 성과…위기 속 과감한 투자가 결실

SK케미칼 청주공장 전경 사진SK케미칼
SK케미칼 청주공장 전경 [사진=SK케미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국내 화학업계가 최근 신사업 확장을 통해 수익성 측면에서 숨통이 트이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과감한 결단으로 M&A(인수합병)을 단행한 것이 점차 성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주력 사업인 코폴리에스터 판매 호조 덕에 지난해 3·4분기 호실적을 이어갔다. SK케미칼 별도 매출 기준 3·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319억원, 29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3%, 23.6% 증가했다.
 
코폴리에스터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드는 소재로 환경호르몬 검출 우려가 없고 열에 강해 화장품·음식 용기와 건축 자재 등에 쓰인다. SK케미칼은 지난 2000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폴리에스터 상용화한 데 이어 세계 처음으로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코폴리에스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코폴리에스터를 생산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이스트만과 SK케미칼 2곳뿐이다. SK케미칼은 지난 2023년 중국 그린소재 전문업체 슈에(Shuye)의 화학적 재활용 생산 설비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해외 생산 기지를 구축해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환경 문제로 인한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확대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SK케미칼은 오는 2040년까지 코폴리에스터를 100% 화학적 재활용 원료로 만들 계획이며,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분야에 총 1조 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KCC도 지난 2019년 글로벌 실리콘 회사인 모멘티브를 인수하며 미래사업으로 점찍은 실리콘 사업이 순항 중이다. 모멘티브는 반도체용유기소재, 실리콘 등 신소재 정밀화학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세계 3대 실리콘 기업이다.
 
KCC는 인수를 위해 당시 3조5000억원의 거액을 투자했다. 일각에선 해당 인수 합병으로 회사의 재무 부담만 커질 것이란 우려도 존재했지만, 결과적으론 KCC가 건자재 기업에서 화학 기업으로 체질 개선하는데 해당 인수가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실제 KCC 실리콘 사업의 매출 비중은 3년 연속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또 최근 들어 고부가 제품 중심 판매가 이어지며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사업’을 통해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병원과 연구소, 자동차 및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에 쓰이는 합성고무 NB라텍스(NBL) 분야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한다.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 사업은 지난 2021년 금호석유화학이 계열사 금호폴리켐 지분 50%를 공동투자자인 일본 화학사 JSR로부터 인수하며 탄력을 받았다. 지난 2010년 660%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2023년 37.9%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잇단 실적 위기 속에서도 결단력 있는 투자를 단행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한 기업들은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무리한 투자는 독이되지만,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한 M&A는 회사 경영에 중요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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