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안국제공항 참사와 관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항 시설과 활주로, 참사 여객기 기종인 '보잉 737-800' 특별점검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상대로 여러 문제점들이 적발되고 있다. 광주공항, 여수공항, 포항경주공항에서는 콘트리트 형태의 로컬라이저 시설이 발겼됐고 김해공항, 사천공항, 제주공항에서는 철골 형태의 단단한 구조물이 발견됐다. 모두 항공기와 충돌 시 쉽게 부서지지 않아 큰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시설물이다.
참사 초기에만 해도 사고 원인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에 의한 항공기 결함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사고 영상을 접한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콘크리트로 덮인 로컬라이저가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비행기 오버런으로 인한 로컬라이저 충돌 사례는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왜 유독 피해가 컸을까.
앞서 2015년 아시아나항공도 일본 히로시마공항 착륙 도중 안개로 인한 활주로 이탈로 비행기와 로컬라이저가 충돌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공항 내 로컬라이저는 콘크리트 기초를 땅속으로 묻고 지면 위로는 사고가 나도 문제가 없도록 둔덕 형태로만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켰기 때문이다. 항공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도록 파손될 수 있는 소재로 제작돼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영국 공군 출신 항공전문가는 이번 사고에 대해 "동체 착륙 직후에는 기체 손상이 없었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항공기가 둔덕과 충돌하는 순간 폭발했기 때문에 탑승자들이 사망한 것"이라며 "공항 둔덕 상단에 콘크리트 기초를 설치한 행위는 범죄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니러니하게도 너무 단단하게 지은 공항 시설물 때문에 화가 커진 셈이다.
여기에 무안공항은 조류 출몰도 잦은 지역이다. 최근 5년 평균 무안공항 조류 충돌사고 발생률은 약 0.1%로 김포공항이나 제주공항보다 7~8배 높다고 한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조류 탐지 레이더나 열화상 탐지기 등 기본 장비는 없었다. 인력도 부족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무안공항 조류퇴치 전담 인원은 4명으로 김포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 김해공항 16명 등에 크게 못 미친다. 전국 공항을 운영하고 관리할 책임자도 부재 상태다. 한국공항공사 책임자는 9개월째 공백인데, 업계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창립 이래로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와 식견을 갖춘 전문가가 리더가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사 설립 23년간 사장을 지낸 인물들은 대부분 정권에서 꽂은 경찰이나 국정원 출신 간부다.
이번 참사로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의 눈물도 아직 다 마르지 않았다. 정부가 항공업계 안전관리 실태, 지방공항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철저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급작스럽게 늘어난 수요에 비례해 항공기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공항 운영 관리 체계에 허점은 없었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또 이번 기회에 정치적 목적에 따라 허가를 남발해 우후죽순 생긴 공항의 사회적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특별법' 혹은 '안전법'은 유가족들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목숨을 잃은 사람과 남겨진 유가족이 사회를 바꾼다는 의미다. 부디 이번만은 유가족들의 상처를 제대로 보듬는 후속 대책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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