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직속 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 2008년 이후 17년간 시설물 등 붕괴사고에 대해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또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안전등급 E등급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 342명을 이주시키지 않은 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시설물 안전점검·진단제도 운영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시설물 붕괴사고 시 시설물안전법에 규정된 대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해야 하지만,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관련 법령을 보면 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한 조사만이 법적 조사와 공표 권한을 가지며, 이에 따라 조사 결과를 손해배상, 고발 등 후속 조치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지난 2023년엔 서울 영등포구 도림육교와 경기 성남시 정자교 붕괴사고 등 주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는데도 국토부는 산하 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을 통해서만 조사해 그 결과가 후속 조치로 효과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2008년 내부 규정을 새로 만들어 시설물안전법 시행령에 규정된 사고조사위원회 설립 요건을 축소하기도 했다. 시설물안전법 시행령은 △3명 이상 사망·실종 △10명 이상 사상 △재시공이 필요한 경우 3가지 중 하나의 조건만 충족하면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으나, 국토부는 자체 규정을 통해 △재시공 및 3명 이상 사망·실종 △재시공 및 10명 이상 사상으로 기준을 높였다.
또 국토부와 지자체는 사용 금지, 주민 대피 등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E등급 공동주택 11개에 살고 있는 342명의 주민을 그대로 방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관리 주체와 지자체가 E등급 취약 시설물 안전 관리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관리할 권한이 있고, 지자체는 사용 금지, 철거, 주민 대피 등 긴급안전조치를 직접 수행할 수 있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사고조사위원회 설립 요건을 축소한 내부 규정을 정상화하는 등 앞으로 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하도록 주의를 당부했다"며 "또 E등급 시설물에 대해 지자체가 안전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관리·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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