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이례적으로 민간 대형 기술(빅테크) 기업 지도자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중국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좌담회에 참여해 민간 기업 지도자들의 발언을 경청한 후 연설을 진행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왕후닝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딩쉐샹 부총리 등 중국 고위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관영 중앙TV(CCTV)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번 좌담회에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레이쥔 샤오미 회장,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 왕싱싱 유니트리 회장 등이 참여했다. 또한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왕촨푸 BYD 회장, 쩡위친 CATL 회장, 위런룽 웨이얼반도체 창업주, 변압기 제조업체 정타이그룹 난춘후이 회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참석자들은 시 주석이 행사장에 입장하자 기립박수로 맞이한 뒤 각자 발언을 마치고 시 주석의 발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다수는 시 주석의 발언을 꼼꼼하게 메모하는 모습이었다. 참석한 중국 기업들은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기업들의 경쟁사들에 해당하는 만큼 이번 좌담회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중국 경기 침체 장기화 등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민간 기업 지도자들에게 사업 확장을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과 인공지능(AI)으로 인한 경제 발전 촉진 등을 강조해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EPA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17/20250217152204644749.jpg)
시 주석이 민영 기업과 좌담회를 주재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트럼프 1기 정부는 중국을 대상으로 고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로이터통신은 "당시 그(시 주석)는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세금 감면과 공정한 경쟁 환경 등을 약속했고 민간 기업이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재확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2020년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불허를 시작으로 지난 수년간 자국 빅테크 기업 단속을 강화했으나, 이번 시 주석의 좌담회는 그러한 중국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 모습이다.
중국 경제전문분석기관 게이브칼 드라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르 중국 연구원은 "이것은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기술 경쟁을 위해 민간 부문 기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미국과 경쟁하려면 민간 부문 기업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에 대해 공산당이 국가의 경제 성장 대부분을 촉진하는 민간 기업에 대해 지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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