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를 러시아가 수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럽 주도의 평화유지군이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참여하는 논의가 구체화될 전망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를 수용할지에 대해 “그는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이 협정을 맺는다면 그는 더 이상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그에게 그(평화유지군) 질문을 구체적으로 했고, 그는 그 점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러시아는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8일 유럽 국가들의 파병 구상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크롱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평화유지군 파병 현실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보낼 평화유지군 프로젝트에 많은 유럽 동료가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확실한 안전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강력한 개입을 희망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대로 푸틴 대통령이 평화유지군 파병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나 유럽 주요국인 독일, 유럽 내 친(親)러 성향인 헝가리 등은 평화유지군 파병이 불필요한 긴장 관계를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해 왔지만 이들 역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재개할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및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뤄질 주요 경제 개발 거래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대화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적었다. 이에 화답하듯 푸틴 대통령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및 다른 외국 파트너들과 희토류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도 그동안 전쟁 지원에 대한 대가로 5000억 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희토류 지분을 받는 광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번 주나 다음 주에 백악관을 찾아 광물 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우크라이나전쟁 개전 3주년인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결의를 최초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책임 추궁 없이 신속한 전쟁 종결을 촉구하는 미국 제출 결의안을 찬성 10표, 반대 0표, 기권 5표로 가결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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