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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긴장,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되어 왔다. 더욱이 트럼프 2기 개막과 함께 향후 세계 경제 환경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베트남 역시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몇몇 대형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무역 방어 조치와 기술, 환경, 노동 기준에 대한 요구 사항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앞으로 베트남이 수출 시장을 다각화하면서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의 무역 의존성 리스크
베트남 통계총국에 따르면 올해 1월 베트남의 총 수출입액은 630억 달러(약 90조2097억원)를 돌파했고, 약 3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그중 미국이 베트남 상품의 1위 수입국 자리를 이어갔고 중국, EU, 한국, 일본이 그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섬유, 신발, 농산물, 수산물, 전자제품 등이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많은 베트남 수출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양호한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일례로 베트남 대형 의류회사 비엣탕진(영문 기업명 ‘비타진’)은 2분기까지 충분한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전망 이면에는 하나의 수출 시장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데 따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섬유 및 신발 산업에서 미국은 베트남 수출량 가운데 40~50%를 차지한다. 따라서 미국의 관세 혹은 원산지 정책이 갑자기 바뀌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EU, 영국, 일본 등에서도 원산지 규정, 식품 안전, 노동, 환경 등에 대한 규정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어 비관세 장벽도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원자재 공급 측면에서 중국 등 소수 국가의 비중이 크다는 것도 문제이다. 비타진의 팜반비엣 회장은 기업들이 대부분의 원자재를 중국과 같은 한 공급원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미·중 무역 충돌이 격화될 시 베트남산 제품이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타진은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등 대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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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확대 과정에서의 장벽
물론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들이 특정 시장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 접근, 파트너 물색, 기술 표준 적응 등을 포함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섬유 및 신발에 대한 화학물질 안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특정 품목은 수입이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 2기 들어 높아진 글로벌 무역전쟁 위험도 시장 확대를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및 타국의 관세율과 동등한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역 흑자가 큰 국가를 대상으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미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주하는 투자자들도 리스크 요인이다. 베트남이 상품의 원산지 '위장'을 신속히 막지 못한다면 미국의 징벌적 관세에 노출될 수 있다.

수출시장 다각화를 위한 방안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수출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베트남은 작년 말 기준 총 17개 FTA를 체결한 가운데 약 70개 시장에서 관세 우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FTA에 따른 혜택을 누리려면 제품이 원산지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많은 섬유·의류 기업은 직물과 부속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수입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무역 촉진 활동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호찌민시 무역투자진흥센터는 국제 박람회, 전시회, 글로벌 기업과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많은 베트남 지방 정부는 해외 주재 베트남 무역 사무소와 긴밀히 협력하여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파트너를 찾고 있다. 즈엉꽝 주베네수엘라 베트남무역사무소장은 "베트남과 콜롬비아 간 무역 협정 체결로 베트남 상품이 이 지역에서 경쟁 우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은 적극적으로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 혁신, 관리 시스템에 대한 투자, 디지털 전환 적용 및 투입 자재 관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베트남 신발업체 자딘신발은 노동력을 최적화하고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하며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 중국 등 기존 주요 수출 시장 외에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캐나다, 호주, 중동 등으로 진출을 모색해 '완충지대'를 조성해야 한다. 베트남 과채류 생산수출업체 도베코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와 체결한 일부 FTA만으로도 40개 이상의 농산물에 대한 수출 기회가 열렸다. 도베코 대표는 "각 시장마다 취향과 요구 사항이 다르고 농산물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고객 요구에 맞춰 연중 생산량과 대량 생산량을 계산하고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
베트남 수출 시장의 다각화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필수가 됐다. 이에 베트남 수출 기업들은 FTA의 인센티브 활용, 무역 촉진, 기술 혁신, 경영 역량 향상 등을 통해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보찌타인 베트남 브랜드 및 경쟁력 전략 연구소 소장은 "높은 성장을 달성하려면 유리한 기회를 활용하는 것 외에도 제도 개혁, 투자 매력 유지, 공공 투자 지출 촉진이 전제 조건”이라며 “특히 민간기업 부문의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베트남이 앞으로도 세계 주요 수출국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공동체의 포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이점을 홍보하고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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