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10+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들에도 예고한 대로 내달 2일부터 상호관세를 시행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이번 발표로 사실상 전 세계를 겨냥한 무차별 관세전쟁의 시작을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 멕시코에 부과한 25% 관세 및 중국에 부과한 '10%+10%' 추가 관세를 확정하고 4월 2일부터 각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적용하는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예고한 바와 같이 철강 및 알루미늄과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및 농산품 등 업종별로도 ‘관세 장벽’을 세울 것임을 천명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부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예외나 면제 없이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고, 구리와 목재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향후 구리와 목재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들은 앞으로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며 "이제 그들이 해야 할 것은 자동차 공장, 그리고 다른 공장을 미국에 짓는 것이다. 그럼 관세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 내에 공장을 짓고 투자를 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중국과 캐나다가 잇따라 미국에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관세전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리고 이는 미국과 해당 국가들 간의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트럼프발 관세로 인한 악영향이 이미 미국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3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미국 국내총생산(GDP) 예측 모델인 GDP나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GDP는 전분기 대비 2.8% 감소(연율 기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달 28일 예상치(1.5% 감소) 발표 후 불과 사흘 만에 GDP 감소 전망폭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산탄데르은행의 스테픈 스탠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DC로부터 롤러코스터와 같은 뉴스들이 쏟아지면서 당분간 기업들은 관망세를 취할 전망이고, 심지어 소비자들에게까지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전선이 확대되면 무역 중심의 경제 체제인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수출 품목 중 1·2위인 자동차와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데에 이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미 수출은 물론 다른 나라로의 수출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중국 등 다른 국가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 시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이 5.9%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아울러 관세전쟁이 전 세계로 확대될 경우 전 세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은 1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상응 조치를 취할 경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전망치(2.7%)보다 0.3%포인트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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