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무차입 공매도, 이른바 ‘불법 공매도 세력’에 대한 철퇴를 든 지 2년이 돼간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불법 공매도 과징금 부과 현황’에 따르면 첫 과징금 조치가 내려진 2023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58곳에 총 635억627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사들여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방식이다. 이때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걸 무차입 공매도라고 한다. 그간 글로벌 투자은행(IB)를 중심으로 기관투자자는 주식을 빌리기 전 우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가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
이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며 금융당국은 2021년 4월 개정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매도 규제 위반 제재를 과태료에서 과징금으로 강화했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 14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당국은 불법 공매도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재 수위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산시스템도 마련했다. 공매도 주체인 기관투자자 단계에서부터 실제 거래, 이후 검증까지 3중 방어체계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거래 전부터 거래 이후까지 검증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사전 예방뿐만 아니라 적발 후 조치하는 과정까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시스템은 이달 중 시연회를 개최해 선보일 방침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를 시장에서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달 공매도 재개와 맞물려 코리아디스카운트(국내 시장 저평가 현상)를 해소할 여지도 생겼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다소 이르지만 공매도 재개 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한국이 편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불발된 대표적인 사유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꼽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공매도는 시장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주가 거품을 방지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주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해 시장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개인투자자의 경우 외국인, 기관투자자에 비해 공매도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공매도 제도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불법 공매도 철퇴 효과가 공매도 재개 후 국내 증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개인투자자 대상 대차거래 활성화, 공매도 담보비율 완화, 신용공여 한도 확대 등의 조치뿐만 아니라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정보 공개 확대도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 당장 ‘철퇴 쇼’만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불신을 잠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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