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도구를 제안하는 브랜드, ‘포인트오브뷰’—문구를 넘어 창작의 경험을 제안하다

긴 줄이 서있는 포인트오브뷰 [사진= 김호이 기자]
김재원 대표가 말하는 문구의 힘과 브랜드를 지속하는 법
“이 도구를 사용하면 오늘은 글이 잘 써질 것만 같은 기분.”
문구 브랜드 ‘포인트오브뷰(Point of View)’의 핵심은 단순한 필기구 판매가 아니다. 창작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구를 제안하고, 사람들이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재원 대표는 어릴 적부터 문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용돈을 받으면 문방구로 달려가 지우개 하나라도 사오던 아이는 성장하며 문구의 본질과 제작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갔다. 단순한 소유를 넘어, 좋은 도구가 창작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렇게 포인트오브뷰가 탄생했다.

포인트오브뷰 김재원 대표 [사진= 김호이 기자]
좋아하는 것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법
김 대표는 2014년 ‘자그마치’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여러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카페를 차리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그는 특정 업종에 대한 애정보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 자체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 그렇기에 필요할 때는 과감히 브랜드를 정리하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려면 열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단순한 애정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시장에서의 의미를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고, 실행력과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야만 덕업일치가 가능하다는 조언이다.

[사진= 김호이 기자]
“취향이 경쟁력인 시대,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
김 대표는 취향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특정한 취향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브랜드를 구축할 때, 핵심은 취향보다도 명확한 메시지에 있다.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메시지가 명확할 때,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그의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포인트오브뷰 공간을 찾은 고객이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하도록 고민했다. 일반적인 마트식 진열이 아니라, 마치 산책하듯 공간을 탐험하고 문구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브랜드의 방향성이다.

2024년 포인트오브뷰에서 진행된 MD노트 팝업 [사진= 김호이 기자]

MD노트 팝업 당시 제작된 뉴스페이퍼와 스탬프[사진= 김호이 기자]

2024년말 진행된 펜슬 플레이크 아트 워크숍[사진= 김호이 기자]
“도구는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나는 장인이 아니기에 더 좋은 도구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도구는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라, 창작을 시작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부여의 역할을 한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만년필의 매력을 발견한 그는, 필기구가 학습의 효율까지 바꿀 수 있음을 직접 경험했다.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면,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게 되는 것. 그는 이를 문구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사진= 김호이 기자]
브랜드를 지속하는 힘—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지켜라
오픈보다 지속이 어려운 시대. 김 대표는 브랜드를 오래 지속하는 비결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핵심 가치를 지키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
2. 단순히 장사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방향성을 고민할 것
3. 세상의 변화에 둔감해지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할 것
그는 10년 넘게 유지되는 브랜드들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 5년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10년을 넘긴다는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닌 꾸준한 노력과 브랜드의 정체성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운영은 물 위를 떠다니는 배와 같다. 멈춰 있으면 가라앉고, 변화의 흐름을 타지 않으면 방향을 잃는다. 바람과 물길을 읽으며 끊임없이 조정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브랜드를 오래 지속하는 힘이다.”

[사진= 포인트오브뷰 인스타그램]
‘인벤타리오’—문구를 위한, 문구인들에 의한 문구 페어
포인트오브뷰는 문구 브랜드를 넘어 문구업계 전반을 활성화하기 위해 문구 페어 ‘인벤타리오(Inventario)’를 개최했다. 단순한 브랜드 개별 성장이 아니라, 업계 전체가 주목받아야 더 많은 재미있는 시도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기존 문구 페어에서 문구 브랜드들이 마치 ‘남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받았던 그는, 문구 브랜드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 창작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문구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재원 대표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덕후가 세상을 구한다”—덕업일치를 꿈꾸는 이들에게
김 대표는 “특정한 꿈을 가지고 있진 않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깊이 파고들며, 덕질을 계속하면서 살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취향과 애정을 일로 연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덕후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 재미있고 활력 넘치는 곳이 된다고 믿는다.
“덕업일치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깊이 파고들며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결국, 덕후가 세상을 구한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지속하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며,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김재원 대표가 문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인터뷰 장면(촬영:김설, 최유진)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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