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정부가 중국산 맥주와 철강 제품의 저가 공급에 따른 자국 산업 피해 여부를 살피기 위한 반(反)덤핑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직후 이뤄진 이번 조처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12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대만의 관세청 격인 재정부 관무서는 전날 웹사이트 공고를 통해 중국 본토에서 생산된 수입 맥주'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버드와이저, 부쉬, 기린맥주(주하이), 칭다오맥주, 옌징맥주 등이다.
이번 조사는 대만양조업협회가 최근 몇년간 중국 본토에서 생산된 맥주가 저가로 대만에 수출돼 대만 맥주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반덤핑 조사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최종판정 전 자국 기업 피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로 이르면 6월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대만의 지난해 맥주 최대 수입국은 중국으로, 수입액만 1억2540만 달러(약 1818억원)에 달한다. 이는 2대 수입국인 네덜란드의 거의 네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대만의 중국산 맥주 수입액은 약 2585만 달러로, 10년 사이 5배 늘어난 셈이다.
반중·친미 성향이 강한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은 지난해 11월부터 재무부에 중국산 맥주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촉구해왔다. 중국 정부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저가 맥주가 대만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대만 시장 점유율이 2015년 8%에서 현재 34%로 늘어나, 현재 대만에 판매되는 수입맥주 10캔 중 6캔이 중국산이라는 게 민진당 측의 주장이다.
같은 날 대만 재무부는 또 중강·중룽 등 대만 제철사가 중국 본토에서 수입된 평판압연 강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 및 임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신청했으며, 이날부터 조사를 개시한다고도 밝혔다.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대만에 낮은 가격으로 열연 강판을 수출해 자국 철강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됐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3년 3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중국산 열연강판 덤핑 마진율은 23.59%에 달했다.
중국 최대 제철사인 바오우를 비롯해 바오산, 안강, 번강, 베이징 서우강, 허베이 안펑 등 중국 제철사와 예후이, 위톄, 성위, 스취안, 춘위안 등 철강 수입업체가 이번 반덤핑 조사 대상이다.
이는 미국이 12일 0시(현지시각)부터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따른 대응으로 읽힌다. 미국의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산 철강이 대만에 헐값에 쏟아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처럼 대만이 하루 새 중국산 제품에 2건의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면서 가뜩이나 험악한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가 한층 더 악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번 반덤핑 조사는 대만이 2023년 이후 약 2년 만에 중국 본토를 겨냥한 것이다. 라이칭더 대만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움직임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양안간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관세 감면 중단 가능성 등 중국의 대만에 대한 경제·무역 보복 조치도 우려된다.
대만의 반덤핑 조사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중국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을 문제 삼아 지난달 4일을 기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은 이달 4일부터 여기에 10% 추가 관세를 한 차례 더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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