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회사 상장을 준비 중인 중소형 기업들은 상장 계획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과 달리 소액주주들의 연대와 반발에 대응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은 자회사 제노스코 상장 논란이 지속되면서 소액주주연대가 김정근 대표의 연임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제노스코의 중복 상장 논란은 오스코텍과의 매출 중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제노스코는 2015년 유한양행으로 신약 물질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있는 모회사인 오스코텍을 거쳐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제노스코의 상장예비심사는 지난해 10월 신청된 이후 현재까지 청구서 접수 상태에 머물고 있다.
소액주주뿐만 아니라 전직 대형 증권사 임원 출신이 주도해 설립한 주식회사 HSIS도 지난달 26일 화승인더스트리 경영진과 이사회를 상대로 1차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HSIS는 화승인더스트리와 화승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요구하며 중복상장으로 인한 이중지배구조의 폐해를 없애고자 하고 있다.
LS그룹 미국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NH투자증권·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LS일렉트릭 자회사인 KOC전기의 경우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는다.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를 유가증권시장에, KOC전기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그룹은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LS이링크는 지난해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했으나 재도전을 준비 중이며, LS엠앤엠과 LS이브이코리아도 상장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여러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 절차를 진행하면서 중복상장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일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 사이에서 'LS그룹 종목 보이콧'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LS일렉트릭 주가는 22만5000원에서 19만7900원으로 12.04% 하락했다. 같은 기간 LS(-1.83%), LS에코에너지(-4.44%), LS네트웍스(-5.95%), LS머트리얼즈(-2.86%), LS마린솔루션(-4.64%), 가온전선(-7.75%)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중복상장 비율은 약 18%로 비정상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0.35%)과 일본(4.38%)은 물론, 대만(3.18%)과 중국(1.98%) 등을 10% 이상 초과하는 수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중복상장에 대해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밸류업이 아닌 밸류 파괴이며 시장 전체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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