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홈플러스 위기 속 1조 원 수익… 책임 회피 논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MBK파트너스]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조성한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챙겼다. 반면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벼랑 끝에 내몰렸지만, 대주주인 MBK는 별다른 재정적 타격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3조 2000억원을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 조달했다. 이는 전체 인수 비용 7조 2000억원의 44%에 해당하는 규모로, 홈플러스 인수의 핵심 자금으로 활용됐다. 이 펀드는 홈플러스뿐 아니라 오렌지라이프, 두산공작기계, 네파, 대성산업가스, 일본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 홍콩브로드밴드네트워크(HKBN) 등에도 투자됐다.
 
투자 성과도 두드러졌다.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는 1조원에 인수해 4조원에 매각하면서 3조원의 차익을 남겼고, 두산공작기계도 1조 1300억원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거뒀다. 오렌지라이프 역시 2013년 인수 후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며 2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금융업계에서는 2023년 9월 기준 3호 블라인드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이 28%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홈플러스와 네파의 손실이 확정되더라도 전체 IRR이 15% 이상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MBK는 이 펀드를 운용하며 3630억원의 운용 보수와 7695억원의 성과 보수를 포함해 총 1조 1325억원을 확보했다. 연평균 1000억원 이상을 챙긴 셈이며, 운용 보수는 펀드 청산 전까지 지속적으로 지급된다.
 
홈플러스는 지속적인 점포 매각과 적자 누적으로 재정 상태가 악화됐지만, MBK는 펀드 운용을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 이에 따라 기업회생 신청이 납품업체, 임대매장 점주, 개인 투자자, 금융기관 등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MBK의 기업회생 신청이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손실 회피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MBK의 책임을 촉구하며, 김병주 MBK 회장의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매달 5000억원 규모의 상거래 채권을 정산해야 하며, 임직원 급여 560억원, 외부 임대매장 정산액 500억~7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그러나 월 매출이 2000억~3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운영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자력으로 회생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자금 수혈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MBK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