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7일 법무부 장관에게 '국내 장기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방안'을 계속 운영하되,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2020년 3월 법무부 장관에게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강제퇴거를 중단하고 이들이 국내에서 지속적인 체류를 원할 경우 체류자격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법무부가 2021년 4월 마련한 '국내 출생 장기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에 대해서는 구제대상 및 운영기간이 한정돼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법무부는 2022년 1월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대상 대폭 확대 방안'(이하 '구제 대책')을 발표했다. 국내에서 교육받고 성장하며 국민에 준하는 정체성을 형성해 온 미등록 이주아동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부모의 선택에 의해 한국에 살게 된 점, 한국의 공교육을 이수하며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 점, 본국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해 본국으로 가게 되면 적응이 어려운 점 등에서 이들의 무조건적인 강제퇴거 조치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인권위 권고가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 구제대책 발표 이후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이주 아동의 수는 올 1월 1131명으로, 출입국통계로 파악되는 19세 이하 미등록 이주 아동의 수 6169명에 비해 부족하고, 해당 구제대책은 오는 3월 31일 자로 종료된다.
인권위는 해당 구제 대책 신청률 저조 사유를 파악하고, 안정적인 제도로 정착되도록 2023년 8월부터 12월까지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자격 부여제도 모니터링'을 실시, 총 40건의 사례를 수집했다.
모니터링 결과, 아동들은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후 강제퇴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생활이 안정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에 가입해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었고, 학교 도서관 카드 발급 및 안전 보험 가입이 가능해져 수학여행에 참여하게 됐다. 또 본인 인증이 가능해져 통장 개설, 휴대전화 개통, 자원봉사 활동 참여 및 자격증 시험 응시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여권 등 미등록 이주민들이 구비하기 어려운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문제, 부모 1인당 900만원에 달하는 범칙금을 일시불로 납부해야 하는 부담감, 한 가정 내 체류기간 요건을 충족하는 아동과 충족하지 못한 아동이 있는 문제, 체류자격을 부여 받은 아동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 체류자격으로의 변경이 사실상 막혀 있는 문제, 대학 입학 시 입학 기준에 재정 능력(1만8000~2만 달러)에 대한 부담 등으로 신청을 하지 못한 사례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정부가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당사국으로서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하에 생존과 교육권 등을 보장해주는 공적 지원으로서 해당 제도를 운영해 온 만큼 일부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앞으로도 이주 아동을 비롯한 모든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게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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