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다음 달 2일 발표가 예정된 상호관세와 관련해 관세, 비관세 장벽, 환율 조작, 불공정 자금 등 미국이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무역 관행을 중단하는 국가들은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선제적으로 협상을 시작한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해 각 국가 정부의 협상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4월 2일에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 명단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가서 '봐라. 우리가 생각하는 (당신의) 관세, 비관세 장벽, 환율 조작, 불공정 자금, 노동 억압의 수준이 이런데 당신이 이런 것을 중단한다면 우리는 관세 장벽을 세우지 않겠다. 당신이 이런 것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관세 장벽을 세우겠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센트 장관은 상호관세율은 국가별로 다를 것이라며 "각국은 4월 2일에 우리가 그들의 관세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숫자를 받게 될 것"이라며 "어떤 국가는 그 숫자가 꽤 낮을 수 있고 어떤 국가는 꽤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별 관세율은 현재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가 산정하고 있으며 자신은 이를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미국과 선제적 협상을 한다면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4월 2일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를 대하는 방식 면에서 최악의 무역 파트너 중 일부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불공평한 관세를 상당히 인하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전 협상이 된 일부 관세는 4월 2일에 부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낙관한다. 또는 국가들이 상호 관세 번호(수치)를 받으면 바로 그 후에 우리에게 와서 관세를 낮추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도 무역 장벽을 낮추지 않는 국가는 미국 경제와 근로자,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 높은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약간의 흑자를 보지만 우리와 교역을 별로 하지 않는 큰 그룹의 국가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저분한 15(Dirty 15)'라고 부르는 국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상당한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국가가 일정량의 자국 생산을 요구하거나, 미국이 수출하려는 식품이나 제품에 안전과 관련 없는 검사를 하는 등 관세 못지않게 중요한 비관세 장벽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센트 장관은 '지저분한 15'에 어떤 나라가 속해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교역량이 많은 15%의 국가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지저분한 15'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한국을 무역 적자국으로 지목해 온 만큼 한국에 상당한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고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지난 17일 CNBC와 인터뷰에서 "유럽과 중국,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의 관세 및 비관세 정책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한다는 개념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부터 상대국의 관세는 물론 세금, 보조금, 환율, 부가가치세(VAT) 등 비관세 장벽을 모두 고려해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앞서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를 부과할 국가들을 3개 등급으로 나눠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개별 국가별로 맞춤형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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