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AI 반도체 시장 대응이 늦어진 점이 주가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초기 대응이 다소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며 이에 따라 메모리 부문 수익성 개선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매출 11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5조원에 그쳤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2023년을 제외하면 2019년(14조163억원) 이후 최저치다. 당시 매출이 65조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대폭 하락한 셈이다.
실적 악화의 주 요인으로는 범용(레거시) 시장에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점유율을 잃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CXMT는 지난해부터 DDR4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DDR5 가격 하락까지 부추긴 주범으로 꼽힌다.
전 부회장은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HBM4와 커스텀 HBM 시장에서는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주주들을 달랬다.
그러면서 "현재 반도체 산업은 국가 간 패권 경쟁 심화와 모바일 및 PC 고객사의 높은 재고 수준에 따른 수요 부진, 레거시 제품 확대로 인한 가격 하락 등 여러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수요 양극화 속에서 사업별 특성에 맞춰 전략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진에 대한 주주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3년 4분기 14%에서 지난해 4분기 11%로 매 분기 하락 중이다.
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4조~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올해도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상반기 공채 모집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신입 사원 채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공정 고도화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효율적인 투자와 운영을 철저히 점검하고 비용 절감을 추진할 것"이라며 "고객 니즈에 맞춰 공정을 최적화하고 공정 개발과 수율 안정화, 램프업(생산량 확대)에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나노와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선단 노드에서 확보한 고객들이 성숙 노드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도 AI 등 차세대 기술 역량을 강화해 미래 사업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전 제품에 적극 적용한 AI를 올해는 더 강화할 예정"이라며 "AI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구글, 오픈AI 등과 협력하며 차세대 AI 기술 발전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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