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돌연 별세하면서 공석이 된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과 생활가전(DA)사업부장 자리를 누가 채울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부회장이 맡고 있던 사내이사직은 바로 채우기보다 적임자를 찾을 때까지 비워둘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 한 부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후임 인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송재혁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한 부회장과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까지 4인 사내이사 체제를 구성했다.
여기에 한 부회장이 사망하면서 지난해와 같이 3인 체제로 회귀하게 됐다. 한 자리는 일단 공석으로 둔 채 전 부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를 맡고 DX부문 관련 주요 의사 결정은 노 사장이 주도하는 형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삼성전자 내에서 사내이사를 맡을 중량감 있는 인사로는 이재용 회장과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장 부회장 등이 꼽힌다. 이재용 회장은 검찰의 무리한 대법원 상고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고 정 부회장은 그룹 내 사업 조율 등을 맡고 있어 경영 전면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모바일·TV·생활가전 등 3대 축으로 구성된 DX부문 리더십 공백을 빠르게 해소하는 것도 급선무다. 현재 DX부문은 사업 규모가 지속 성장하고 있지만 애플, TCL, 샤오미, 메이디 등 미국·중국 기업의 공세에 수익성이 악화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DX부문 매출은 지난해 175조원으로 전년보다 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4조원으로 13% 줄었다.
한 부회장은 DX부문장을 맡은 후 인공지능(AI)과 연결성을 강조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수익성 개선 방안을 수립하고 미국 기업을 추격하면서 중국 기업과 격차를 벌리는 전략을 전개해 왔다. 후임 DX부문장도 이런 전략을 그대로 이어받을 공산이 크다.
DX부문장 하마평에는 노 사장을 필두로 전경훈 DX부문 CTO 사장 등이 오르내린다. 특히 노 사장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참여하며 그룹 핵심 경영진 역할을 수행해 온 만큼 DX부문장을 맡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폴더블폰과 AI폰을 연달아 성공시키는 성과를 내 이재용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시장 경쟁 격화로 노 사장이 MX사업부 운영에 집중하도록 배려한다면 다른 계열사 사장급이나 상담역 등 인사를 DX부문장으로 복귀시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파운드리 등 반도체 사업 경쟁력이 약화되자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으며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전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다시 임명하기도 했다.
DX부문 내 모바일과 TV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 부회장 재임 당시부터 모바일은 노 사장에게 전권을 위임했고 TV 사업도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진두지휘해 왔다.
문제는 한 부회장이 직접 챙기던 생활가전 사업이다. 당장 26일 국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웰컴 투 비스포크AI' 행사 진행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이번 행사에서 한 부회장은 직접 기조연설을 하며 새로운 AI 생활가전 라인업을 소개할 계획이었다. 한 부회장의 뒤를 이어 생활가전을 맡을 만한 인사로는 문종승 생활가전개발팀장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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