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가 공개한 GPT-4o 이미지 업데이트가 미디어 시장에 충격을 주며 지브리스튜디오, 디즈니 등 유명 IP(지적재산권)의 화풍을 학습한 AI 콘텐츠 제작을 둘러싼 저작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화풍 도용에 대한 국제적인 저작권 침해 판결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AI 화풍 학습을 둘러싼 AI 업계와 미디어 시장 간의 ‘파워게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1일 미국 뉴욕주 연방지방법원은 뉴욕타임스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오픈AI와 MS가 자사 기사를 대량으로 도용해 GPT 학습에 활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AI 업계는 뉴욕타임스와 유사한 법적 조치가 지브리 스튜디오 등 미디어 업체에서도 조만간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GPT-4o의 이미지 생성 업데이트가 디즈니, 지브리, 심슨 등 유명 IP의 화풍을 학습해 대량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브랜드 훼손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이번 이미지 업데이트 이후 챗GPT-4o가 유명 IP 화풍 활용에 대한 콘텐츠 보호 정책을 실시간으로 강화하고 있다. 다만 유사 캐릭터를 직접 생성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화풍 차용 자체는 현재까지 제한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AI의 유명 IP화풍 활용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베른 협약은 ‘저작권은 아이디어 자체가 아닌 표현 형식을 보호한다’고 규정하며, 사실, 원리, 개념, 기법 등을 포함한 아이디어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한다. 이에 따라 공개된 뉴욕타임스의 기사 내 사실이나 화풍은 국제 조약상 보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국내 저작권법 역시 화풍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저작권법 제2조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 정의하며, 사상, 아이디어, 스타일, 기법, 콘셉트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실제로 2007년 법원은 창작물이 아닌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오픈AI가 GPT-4o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하며 유명 IP 화풍을 활용한 수익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라이선스 문제는 향후 중대한 법적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재헌 JHK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AI로 인해 기존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법적 고민이 생겨나고 있다”며 “화풍 자체는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AI 시장과 미디어 시장의 파워게임이 AI 화풍 학습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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