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4일 국회의 탄핵 소추안을 인용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파면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선 2번째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87 체제'를 극복하자는 목소리와 함께 반드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년 간 3번의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만들었고, 정치는 파국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12·3 계엄 사태 등을 거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가 극심했던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유력 대선 주자들 중심으로 개헌은 필수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탄핵이 인용돼 새로운 대선이 치러진다 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모든 대권 후보들은 개헌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 등을 개헌 방향으로 제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달 1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개헌은 87년 체제를 청산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권력 구조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의회 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개헌 방향으로 양원제와 정·부통령제를 주장했다.
홍 시장은 "단원제로는 극렬한 대립 양상에서 해결 방법이 없다"며 "하원에서 문제가 생기면 상원에서 조정하는 미국식 양원제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통령제도 채택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대통령 유고 시 임명직인 국무총리가 대응하면 권력의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준석 의원도 2일 국민대학교 강연에서 "개헌 방향은 무조건 분권으로 가야 한다. 대통령 권한을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 중에서 '인사권'을 꼽으며 "한 사람이 1만여 개의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보낼 수 있다. 공기업 등에서 거대 덩어리를 장악하고 있는데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권 잠룡들의 '개헌' 주장도 마찬가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비명계(비이재명계) 주자는 이미 개헌을 언급했다. 이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개헌을 고리로 이 대표의 독주 판세를 흔들어 보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비명계의 개헌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직 국회의장단 간담회에서도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계열 출신인 임채정 전 의장은 "정치 문제를 포함해 우리 사회의 근본적 모순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권력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출발점은 개헌"이라며 "현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를 벗어나 분권적 민주주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전 의장도 "개헌 열차를 발족시켜야 한다"며 "우리 헌법이 국민 투표까지 하지 않으면 못 고치는 경성헌법이라 다음 치러지는 첫 선거에서 하지 않으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개헌이 이뤄지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헌 논의가 실제로 동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 대표가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한 방송에서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것"이라며 개헌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이에 민주당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추진에는 호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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