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기업들]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에 유통업계 아우성

  • 올해 가장 우려하는 노동시장 현안

  • 유통업 근로자 3명중 1명 비정규직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내 면세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내 면세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유통업체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와 달리 노동집약적이고 계약직 등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아서다. 내수 침체와 중국계 전자상거래(C커머스) 시장 확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는 최저임금 인상까지 이뤄지면 더 극심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올해 가장 우려하는 노동시장 현안(복수응답)으로 '최저임금 인상'(47.2%)을 첫손에 꼽았다. 이는 중소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기(52.6%)는 물론 중견기업(38.9%)과 대형 유통업체가 속한 대기업(43.1%)도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큰 우려 대상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 보면 대형 유통업체가 속한 서비스업 회원사의 36.8%가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유통이 노동집약적인 업종인 동시에 비정규직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이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제(2024년 3월)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비제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47.8%로 제조업(24.6%)을 크게 웃돈다. 유통서비스업에 속하는 도매소매업체 244곳에서 근무하는 39만1000명 중 13만4000명이 비정규직으로 집계됐다. 유통업체 근로자 3명 중 1명(34.4)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올해 최저임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한층 악화해서다.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 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9% 줄고 영업이익은 6.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 매출은 3.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면세점 실적 급감으로 25.1% 쪼그라들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상공회의소가 유통기업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49.8%)이 2026년 이후에나 소비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봤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C커머스의 한국 공습 강화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는 데다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 부담은 급증하고 있어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최저임금 정책은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무리한 인상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을 선택하게 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고용주와 전체 경제 생태계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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