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역시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와 조부모님은 수많은 이탈리아인처럼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모든 것을 잃으셨습니다. 저 역시 오늘날 버림받은 이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었기에, 제 마음속에는 늘 이런 절박한 물음이 맴돕니다. ‘왜 내가 아니라 그들인가?’” -프란치스코 교황 자서전 <희망> 중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2013년 가톨릭 교회의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최초 라틴 아메리카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교황 즉위 후 아프리카 난민들이 밀입국하는 항구 람페두사 섬을 방문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람페두사로 향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잠든 양심을 깨우고 우리 모두의 책임을 일깨우기 위해서였습니다.”
22일 출판 업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6년간 직접 집필한 유일한 공식 자서전 <희망>(가톨릭출판사)이 주목을 받고 있다.
<희망>은 애초 프란치스코 교황 사후에 출간될 예정이었지만, 2025년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주제로 가톨릭 교회의 희년을 맞이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지난 3월 동시 출간됐다.
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조상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부모 세대가 겪은 전쟁의 아픔, 유년기의 다양한 경험을 소개한다. 이어 젊은 시절 고민, 예수회 공동체에서의 사목 활동, 교황 재임 중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해 노력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삶의 경험을 통해 ‘희망’을 말한다. “제 인생을 엮은 이 책은 희망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여정은 저의 가족, 저의 민족, 나아가 하느님 백성 전체의 여정과 동떨어질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제 삶의 모든 페이지와 모든 순간 속에서 저와 함께 여정을 걸어온 이들, 우리보다 먼저 걸어간 이들, 그리고 우리의 뒤를 이어 갈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젊은 시절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반성하며 더 나은 모습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성찰도 보여준다. 또한 사랑과 동참을 강조했다.
교황은 다른 종교에도 열린 태도를 보였다.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이날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인 교단의 수장인 (교황님은) 어려운 분들을 위한 애틋한 마음을 가지셨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자비보살이다”라고 강조했다. 진우스님은 교황이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내 12개 종단 지도자를 만난 것을 거론하며 “다른 종교도 존중하는 정말 폭넓은 마음을 가지셨다”라고 회고했다.
한국민족종교협회는 “교황님은 분열과 혐오보다는 이해와 연대를 통한 공존을 강조하셨다”며 “선종 하루 전인 부활절에도 전 세계의 평화와 약자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메시지를 남기셨다는 소식에 우리 모두는 위대한 종교적 지도자를 잃었음을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단은 22일 오후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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