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한은과 IMF에 따르면 지난달 IMF는 제7판 국제투자대조표 매뉴얼(BPM7)을 통해 국제투자대조표에 가상자산(crypto assets)을 포함하는 새로운 글로벌 보고 기준을 공식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각 국가별 상황에 따라 도입 시기나 자산 반영의 형식은 일부 차이가 있겠지만 글로벌 표준 통계에서 공식적으로 가상자산을 인정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한은도 국제투자대조표에 관련 지침을 반영하기 위해 나섰다.
BPM7은 국제투자대조표 내 가상자산의 분류와 기록 방식에 대한 지침을 포함하고 있다. 청구권이 부여된 가상자산(스테이블 코인)은 금융자산으로 분류해 금융계정에 반영하고 청구권이 없는 가상자산(비트코인 등)은 비생산 비금융자산으로 분류해 자본수지로 반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내국인이 미국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면 자본수지에 국가 간 자산 이동으로만 기록된다.
반면 청구권이 부여된 가상자산은 발행자에게 상환 의무가 있어 준비 자산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와 1대 1 비율로 연동되는 '테더(USDT)'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82.35%), 비트코인(5.47%), 귀금속(3.7%) 등의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금성 자산의 79.83%는 미국채로 구성된다. 국내 기업이 테더를 미국 발행사에서 구매했다면 '예금'이나 '채무증권'과 유사하게 금융계정의 외화자산으로 처리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 1조 달러 흑자국 반열에 올랐다. 세계에서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 달러를 넘어선 나라는 단 6개국(일본·독일·중국·홍콩·노르웨이·캐나다)에 불과하다. 순대외금융자산의 증가는 한 국가의 금융안정성, 국가신인도, 대외충격흡수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향후 견고한 '대외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향후 가상자산이 국제투자대조표에 자산으로서 형식을 갖춘다면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 가상자산 보유 금액은 104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말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수는 1825만명이며 일평균 거래 대금도 17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우호 정책에 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더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 한국은 가상자산위원회에서 입법을 논의 중이라 법안이 없는 만큼 가상자산의 정확한 정의와 규제가 명확지 않은 상황"이라며 "IMF 지침 역시 스테이블 코인은 청구권이 있다고 보지만 다른 가상자산은 아직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구체화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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