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왜 불가능 해?" 60대 킬러 이혜영의 누아르…'파과', 봄 극장가 불씨 지필까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과 언론시사회에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4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과' 언론시사회에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4.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60대 킬러가 나오는 누아르 영화라는 말에 스스로도 '이건 불가능하구나'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모두 만류할 거라고 보았죠. 그 순간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이게 왜 불가능하다고 여겨질까?'"

민규동 감독의 '오기'는 통념을 뒤집는 용기와 장르적 혁신으로 발휘되었다. 소설 '파과' 속 묵직한 언어를 영화의 문법으로 치밀하게 번역했고, '나이 듦'이라는 소재를 액션 누아르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탈바꿈시켰다.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민규동 감독과 배우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신시아가 참석했다.

이날 민 감독은 "60대 여성 킬러라는 설정 자체가 영화계에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오기가 생기더라. 무엇에 주눅 들어있는 걸까? 왜 이런 이야기를 본 적 없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장르적 쾌감과 드라마가 같이 얽혀있는 독특한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제거하며 40여 년간 조직에서 활약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평생 그를 추적해 온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 분)의 숙명적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민 감독은 "이야기는 복수와 화해의 외피를 가졌지만 상실하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상실을 딛고 살아가는 이유, 나이 들었어도 쓸모와 가치를 찾아나가는 삶의 의지를 담을 수 있다고 보았다. 보는 이들에게 그 메시지가 남는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배우 이혜영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과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04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배우 이혜영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과'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04.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영화는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민 감독은 원작 소설의 문학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영화적 문법으로 치밀하게 변주하기 위해 애썼다.

민 감독은 "원작은 내면 심리를 독특하게 표현한 작품이라 많은 분이 좋아한다. 영화는 소설의 리듬과 다른 문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8부작으로 구상하며 과거와 현재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설은 퍼즐처럼 숨겨진 요소가 많았고 한 줄로도 에피소드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여서 그걸 찾아가며 확장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설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이렇게 자주 만나지 않는다. 현재와 과거가 동시간대 있는 비선형적인 플롯 구조를 취했고 소설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과거를 현재 이야기 안에 등장하도록 만들었다"고 각색 과정을 전달했다.

민 감독이 중요하게 여긴 건 '퇴물' 취급받는 '조각'의 건재함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는 " 한때 전설이었지만 지금은 퇴물 취급 받는 조각이 여전히 전설적인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걸 구현하는 게 중요했다. 30대 젊은 남자와 부딪쳐 싸울 때 힘은 밀리더라도 공간이나 지혜를 활용하여 결국 승리를 가져가는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종국에는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게 되는 쪽으로 '종착역'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영화의 시작이자 종착역인 '조각'을 연기한 이혜영은 인물이 가진 근원적인 매력에 대해 고민하며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혜영은 "'조각'에 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남들이 전설이라고 부르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수수께끼 같은 그 힘에 대해 생각했다. 늙었다, 폐기물이라는 건 그저 말에 불과하고 '늙은 여성'이라는 통념을 벗어던진 인물이라고 여겼다. 편견이나 통념을 깬 전무후무한 인물인 거다. 능력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조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성철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과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04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배우 김성철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과'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04.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조각을 쫓는 젊은 킬러 투우 역을 맡은 김성철은 "일차원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감독님과 작품에 담기지 않은 투우의 설정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상상하다 보니까 정신이 붕괴되더라. 일차원적인 감정으로 인해서 동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 목표가 생긴 거라고 봤다"고 거들었다.

조각과 투우의 감정 서사는 액션으로 드러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해피랜드 액션 신은 인물들의 감성과 서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

김성철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이 장면을 위해 조각과 투우의 빌드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말로 갔을 때 에너지가 응축돼 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둘이 맞붙는 액션신이 처음이라서 액션 디자인도 중요했다. 일주일 동안 촬영했고 영화에 담기지 않았지만, 더욱 많은 액션들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이혜영은 "막상 촬영할 때는 부상을 많이 당해서 오히려 성철 씨가 고생했다. 연습은 액션 배우들과 하니 과감하게 연기했겠지만 실제 촬영은 저와 했기 때문에 힘 조절 등에서 힘들었을 거 같다. 성철 씨는 조금 아쉬웠을지도 모르겠다. 저보다 (조각이) 능력 있는 여성으로 나온 건 사실"이라고 눙쳤다.

조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신시아는 '현재'와 '과거'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이야기를 매끄럽게 연결 짓도록 만들었다.

신시아는 "매 회차 선물 같은 마음으로 임했다. 특히 이혜영 선배님은 제겐 '레전드'이자, '우상' 같은 존재인데 그런 선배님과 같은 작품을, 어린 시절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게 큰 영광이었다. 폐가 되지 말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짧은 분량이더라도 촘촘하게 밀도를 쌓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극의 감성 축을 맡고 있는 연우진은 "우리 영화는 액션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정서, 감성을 건드는 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 역할을 충실히 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밸런스를 맞추었다"며 결과적으로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민규동 감독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과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04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민규동 감독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과'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04.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영화 '파과'는 국내 개봉 전부터 베를린영화제, 브리쉴영화제, 베이징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씨네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바. 봄 극장가가 다시금 활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업계 안팎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시아는 예상 관객수에 대한 질문을 받고 "300만 이상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작품의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민 감독은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언급하며 "다양한 많은 영화가 극장에 쏟아져나와 반갑고 응원한다. 이 영화 시작 단계에선 이혜영과 마동석이 같은 날에 나올 거라 생각 못 했는데, 다같이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면 좋겠다. '범죄도시4'에서 호흡을 맞췄던 마동석, 김무열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재밌다. 극장가 관객이 많이 줄었다는데 두 작품 같이 보면 훨씬 재밌을 거다. 극장만의 체험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과'는 4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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