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물러나면서 경제 사령탑 부재에 따른 경제정책 공백이 우려된다. 한미 통상협의 대응 등을 주도했던 최 부총리의 사퇴로 대외 신인도 충격과 함께 미국의 관세 압박과 내수 부진 등 국내외 경제 문제에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기획재정부는 서울 은행회관에서 김범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F4 회의는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 경제금융을 이끄는 4명의 수장이 모여 시장안정조치를 논의하는 자리다. 그간 최상목 전 부총리가 회의를 주재했으나 지난 1일 국회의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김범석 차관이 자리를 대신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관세 충격으로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새 정부 출범이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최상목 부총리의 탄핵 소추 추진으로 불가피하게 사임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최 전 부총리 사퇴에 대한 책임이 야당에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퇴하면서 최 전 부총리는 2일부터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갑자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고, 최 전 부총리는 탄핵안 표결 전 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등을 거치는 과정에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을 겨우 안정시켰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전 부총리 등 경제팀은 당시 위기 상황에서 대외 신인도 관리에 전방위로 총력을 기울였다. 비상계엄에 놀란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용평가사 등에 한국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설득했다.
특히 정치 리스크가 헌법 체계에 따라 적절히 관리되면서 경제 부문으로 전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15일 한국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A'로 유지했다. 등급 전망도 기존과 같은 '안정적'(stable)을 부여했다.
하지만 최 전 부총리가 사퇴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아울러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미국과의 '7월 패키지'(July Package) 협의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 전 부총리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2+2 통상협의에서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환율정책 등 기본 틀을 고안했다. 특히 환율에 관해선 기재부와 미 재무부가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 관련 협의는 주로 맡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의 주요 인물이 사라진 점은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뜻하지 않게 경제사령탑 자리를 맡은 김범석 직무대행은 이날 F4회의를 시작으로 긴급회의를 잇따라 열고 상황 수습에 나섰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기재부 2차관과 실·국장 등 주요 간부가 참석한 '확대간부회의'에서 대미 통상 관련 사항,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실국별 주요 업무 현안을 점검했다.
그는 대외 신인도 사수와 관세 충격 최소화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해 재해・재난 대응, 통상・AI 지원, 민생 지원, 건설경기 보강 등 시급한 현안 대응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김 직무대행은 "기재부 전 직원이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실・국장들이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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