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당선인의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헌법 제84조 적용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형사소추를 금지한 헌법 조항이 기소 이후 재판 절차에도 적용되는지 여부는 지금까지 명확히 다뤄진 적이 없는 쟁점으로, 내달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통상 ‘형사소추’는 검사의 기소뿐 아니라 법원 재판 절차 전반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돼 왔지만, 실제로 기소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 재판이 자동으로 정지되는지 여부는 판례도, 명문 규정도 없다. 이 후보처럼 이미 피고인 신분으로 여러 재판을 받고 있는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어떤 조치가 가능할지 헌법상·법률상 정비가 미비한 상태다.
대법원도 이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헌법 84조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판결문에서도 관련 언급은 빠졌다. 그 결과 기소 이후 재판 정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사법적 기준은 여전히 공백 상태로 남아 있으며, 향후 현실화될 경우 헌정 사상 첫 적용 사례가 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헌법학계 일각에서는 헌법 84조가 대통령의 직무수행 보장을 위한 방패라면, 기소된 사건에도 재판 정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반면 다른 쪽에선 “불소추 특권은 형사절차 개시 자체를 막기 위한 장치이지, 이미 기소된 사건을 재판하지 말라는 조항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현실적으로는 형사소송법에 명시적 조항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 후 재판 정지를 두고 검찰, 피고인, 법원이 각기 다른 해석을 할 경우 권한쟁의심판이나 헌법소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의 구체적 의미를 판단한 적이 없기 때문에,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헌법 84조 해석에 대한 공식적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헌법 84조의 실질적 효력을 절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입법에 나섰다. 2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 25명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경우, 법원은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임기 중 모든 형사재판을 자동으로 중단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민주당은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 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충돌을 해소하고 헌법의 취지를 절차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공판 절차 정지 근거를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피고인에 대해 별도의 법원 판단 없이 형사재판이 자동으로 중단된다. 이는 사법절차와 권력분립 원칙,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새로운 법적·헌정적 쟁점을 낳을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