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기존 계약까지 강제로 중도 파기하는 등 러시아산 에너지를 완전히 퇴출하겠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주간 회의에서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퇴출하기 위한 계획을 담은 '리파워EU(REPowerEU) 로드맵'을 채택했다.
해당 로드맵에는 2년에 걸쳐 모든 러시아산 화석 연료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9가지 대책이 담겼다. EU 집행위는 다음 달부터 원유·가스·원전 연료 수입 관련 입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U 집행위는 연말부터 가스관을 통한 기체 형태 천연가스와 해상으로 수입되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모든 러시아산 가스 수입 신규 계약을 법으로 금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 러시아 공급업체와 체결한 1년 미만의 단기 현물계약을 중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EU 집행위는 이러한 조치가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 입법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계약과 현물계약이 중단되면 현재 수입되는 러시아산 가스의 약 3분의 1이 감소할 전망이다. 나머지 3분의 2에 해당하는 1년 이상의 장기계약 물량도 2027년 말까지 강제 종료하도록 법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러시아산 가스를 구매하는 역내 수입업자에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늦어도 연말까지 모든 회원국에 러시아산 가스 퇴출 계획과 일정을 짜 제출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제한하고 유럽원자력공동체공급청(ESA)에 의한 신규 핵연료 공급계약 공동 체결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도 내놓는다. 또한 러시아산 가격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한 일명 '그림자 함대'를 겨냥한 추가 조처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주요 자금줄로 지목된 에너지 수익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다.
단 요르겐슨 에너지·주택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최근까지 우리가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데 쓴 돈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액보다 많았다. 새 전투기 2400대와 맞먹는 금액"이라며 "더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로드맵 시행에는 EU 회원국의 가중다수결(15개국 이상, EU 인구의 65% 대표) 찬성이 필요하다. 특히,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EU 천연가스의 19%는 러시아에서 수입된다. 이는 2022년 이전(약 45%)보다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2022년 초 27%에서 현재 3%로 줄었고 러시아산 석탄은 수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를 두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유럽이 제 발등을 찍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EU는 경쟁 환경을 저해하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더 비싼 상품을 선호한다"며 "차세대 유럽 정치인들은 상황을 더 냉정하게 평가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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