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며 3박 4일간 방러 일정에 돌입했다. 트럼프발(發)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고 정상회담을 하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더 긴밀한 공조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2013년 국가주석 취임 이래 11번째 러시아를 방문한 것으로, 지난 몇년 간 두 사람간 만남 횟수만 40여 차례가 넘는다. 약 반년 만에 만나는 중러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로는 처음 회동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시 주석은 방러 나흘간 푸틴 대통령과 해묵은 문제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비롯해 미국발 관세·무역 압박 대응 등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더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누며 ‘브로맨스’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양국은 트럼프에 맞서 반미 전선을 한층 공고히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러시아 현지 일간지에 기고문을 게재해 “80년전 중·러 양국을 비롯한 세계의 정의로운 세력은 제2차 세계대전과 반파시스트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워 적을 물리쳤다”며 "8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일방주의와 패권·횡포·괴롭힘 행위는 심각한 해를 끼치고 인류는 또 다시 단결과 분열, 대화와 대립, 상생과 제로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시 주석은 이어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에 단호히 반대하고, 인류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간 우호와 상호 신뢰를 방해하거나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에 공동으로 맞서고, 일시적인 사건에 현혹되지 않고 거친 바다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며 "중·러 전략적 협력의 확실성과 회복력을 활용해 세계의 다극화 과정과 인류 운명 공동체의 구축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으로선 트럼프발 관세 후폭풍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가운데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와 무역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서방 제재로 경제난을 겪는 러시아에게도 중국은 주요 교역 파트너다. 중·러간 교역액은 지난해 245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했을 정도다.
중국 외교부도 앞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중·러 관계 발전 및 일련의 국제·지역 중대 문제에 관해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며 "일방주의와 괴롭힘 행동에 반대하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손잡고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연구 책임자는 CNN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양국간 굳건한 동맹을 과시하기 위한 더 강력한 동기 부여가 생겼다”며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맞서 더 많은 지지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단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명분으로 친러 행보를 보이며 중국을 견제하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러시아는 국제 질서를 지지하는 데 있어 중국과 함께한다"며 "러시아는 미국을 불신하고 있으며, 미국과 서방 전체에서 러시아에 대한 근본적인 적대적 태도는 (트럼프에 의해) 바뀔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중·러 회동에서 양국 정상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고 있음을 과시할 것으로 진단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러시아에서 각국 정상과 정상 외교를 진행하며 반미 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이번 전승절 행사에는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브라질, 베트남, 벨라루스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29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동맹국이나 우방국이 아닌 만큼 시 주석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함께 반대하자는 목소리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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