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 지방아파트] "해운대 팔고 강남 사자"… 탈동조화 뚜렷해지자 지방아파트 팔고 서울로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다주택자 규제와 시장 불확실성으로 서울 상급지 주택 선호 열풍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지방 부동산 붕괴가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방에서도 기존 상급지 내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내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현상이 올해 들어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KB부동산에 따르면,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달 112.6을 기록해 5년 전인 지난 2020년 4월(76.5) 대비 47%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가 83.3에서 90.4로 한 자릿수(8.5%)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해당 지수는 전국 아파트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구성한 것으로,  과천 등 경기도 내 4개 단지를 제외하면 모두 강남 3구와 여의도, 목동 등 서울 핵심지 대장 아파트로 구성된다.

이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80에서 92.5로 15.6% 증가한 것에 비해 대장 아파트의 오름폭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월 KB선도아파트 50지수의 경우 전월 대비 3.51%포인트 상승해 2019년 12월(3.86%포인트)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변동폭을 보이는 등 서울 상급지 아파트의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12억원을 초과하는 거래는 올해 1% 미만을 기록한 반면, 서울은 그 비중이 올해 40%에 육박하는 등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도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은 상승세가 지속되는 반면, 지방은 시장 침체가 이어진 결과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낮은 금리와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면 지방 주택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 규제를 받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결국 특정 지역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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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거주자들이 서울로 이동하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외지인이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4127건에 달한다.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2694건) 대비 53.1% 증가한 것이다. 전체 서울 아파트 매매 가운데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분기 22.8%에서 올해 1분기에는 23.8%로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133㎡를 현금 106억원에 사들여 주목을 받은 매수인 역시 부산 해운대구 거주자로 알려졌다. 개포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재지정되기 전에는 서울 내 인접지의 갈아타기 수요는 물론이고 부산과 대구 등에서 지방 현금 부자들의 매입 문의가 많아 매수 대기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자산가들은 물론 실수요자들 역시 탈(脫)지방 흐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청약홈과 우리은행 등에 따르면 5년 전인 지난 2020년만 해도 32.7 대 1에 달했던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갈수록 하락 추세다. 2021년엔 12.3 대 1로 뚝 떨어지더니 2022년 7.9 대 1, 2023년에는 6.6 대 1, 지난해에는 3.1 대 1까지 급락하는 등 분양 시장에서도 지방광역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 침체와 저조한 통화량 및 낮은 전세가율 등 지방 부동산 매입에 나서기 어려운 여건이 조성된 점도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지방 부동산에 대한 수요 분산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최근 탈동조화 현상 심화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의 탈동조화가 소득 및 자산 양극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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