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의 휴전 1단계가 협상 성과 없이 끝나 전쟁이 재개된 3월 초부터 2개월이 넘도록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물자 반입을 전면 차단 중이다. 때문에 가자지구에는 식량·연료·의약품 등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에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이라는 신생 법인을 세워 이런 계획을 만들었다. 계획에 따르면 GHF는 가자지구에 구호물자 배포 센터 4곳을 만들어 인구(약 210만명)의 60% 미만인 약 120만명이 쓸 수 있는 분량의 식량·물·위생키트를 공급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센터 경비와 관리는 미국의 무장 민간경비업체들이 맡으며 센터 외곽 경비는 이스라엘군이 담당한다. 이는 하마스 측이 구호물자를 탈취하거나 빼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주장하고 있다.
예산의 40%를 미국으로부터 지원받는 유엔 세계식량기구(WFP)의 신디 매케인 대표는 미국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FT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대변인도 "우리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는 우리 원칙에 맞는 사업에만 참여한다"고 설명했다고 BBC는 전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UNICEF) 역시 불참 의사를 밝혔다. 미국 정부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와 유엔 프로젝트조달기구(UNOPS) 등에도 협조 요구와 함께 불응 시 받을 불이익을 전달했다.
BBC에 따르면 지금까지 가자지구 현지에서 유엔 산하기구들이 운영해온 구호품 배포 센터는 약 400곳이었고 지역적으로도 고르고 촘촘하게 분포돼 있다. 유니세프 공보담당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획이 실행될 경우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배포 센터로 가기가 더 어려워져 더 많은 어린이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고 BBC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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