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가 인하'와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 등 헬스케어 정책 시행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하지만 제약업체 등 시장 반대를 무릅쓰고 정책을 추진할 경우 1기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내일(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12일 오후 10시) 백악관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중대한 행정명령 중 하나에 서명할 것"이라며 "처방약 및 의약품 가격이 거의 즉시 30%에서 80%까지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최혜국 대우 정책을 도입해서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약가를 지불하는 나라와 동일한 가격을 지불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이 백악관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제약업계 로비스트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의 노령층 건강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를 겨냥한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이번 조치가 "메디케어가 적용되고 병원에서 투여되는 암 치료제의 수액이나 주사제 등 특정 약품에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약가 인하로 수익 타격이 우려되는 제약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제약연구제조협회(PhRMA)는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미국 환자들에게 좋지 않다"며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이 시기에 정책 입안자들은 해외에서 실패한 정책을 도입하기보다는 미국 시스템의 결함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2일 아시아증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추진 소식에 일본 주가이제약 주가가 11% 이상 급락하는 등 아시아 주요 헬스케어 관련주들이 대거 하락세를 나타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제약회사들은 전 세계 수익의 상당 부분을 미국 시장 판매에서 창출하며, 일반적으로 미국 시장 중심의 비즈니스 전략을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약가 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그는 1기 당시인 2020년에도 이를 추진했으나 제약업체들의 소송 및 법원의 명령으로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기 들어서 이를 재차 추진하고 있고, 이와 함께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까지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의약품 관세를 2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정책의 일환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은 의약품 해외 제조시설의 불시 점검을 확대할 것이라고 6일 발표했다. 이에 일라이 릴리, 노바티스, 로슈 등 주요 글로벌 헬스케어업체들은 지난 수주 간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약가 인하 및 미국 내 의약품 생산을 위한 관세 등의 조치를 도입할 경우,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미국 제약업체들의 경쟁력 약화 및 수입 의약품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투자은행 BMO캐피털마켓의 에반 시거먼 헬스케어 리서치 책임자는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는 시중에서 약가를 정할 힘이 없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의약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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