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횡령·배임 혐의로 공시된 상장사는 총 23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8개사)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올해 횡령·배임으로 거래가 정지된 종목으로 삼익THK와 삼영이엔씨 등이 있다. 선형운동제어 부품 전문기업 삼익THK는 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혐의 금액은 약 176억원으로 삼익THK의 2024년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1988억원)의 8.85%에 달하는 규모다.
어군탐지기 전문업체 삼영이엔씨는 오너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황재우 전 대표의 249억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나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 횡령액은 삼영이엔씨 시가총액의 약 2배에 달했다.
횡령·배임 같은 금융 범죄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올해부터 자산 1000억원 이상의 상장사 및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자금 부정 통제' 공시를 의무화했다. 기업은 내부 통제 활동과 점검 결과뿐 아니라 이를 담당한 부서와 수행 시기까지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공시 기준 강화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이 사후 대응에 치우쳐 실질적인 예방 효과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내부 통제나 공시 부담보다 기대 수익과 처벌 위험을 우선시해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공시 강화만으로 횡령·배임을 실질적으로 줄이긴 어렵다"며 "이들 범죄는 단기간에 발생하기보다는 일정한 지위와 여건이 갖춰진 후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내부통제 공시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내부 통제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공시를 보고 투자했으나 횡령·배임이 발생한 경우 이를 허위 공시로 간주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며 "이 제도는 사후 책임을 묻는 수단이자 투자 판단의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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