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 103조,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 국회법 제37조 제1항 제2호 비목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조 대법원장 이외에도 증인으로 채택된 다른 대법관들도 유사한 내용의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헌법과 법률을 들먹이며 청문회 불출석을 말하는 것 자체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며 "대법원장 스스로 국회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법원을 존중하라 말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관들이 마치 짠 듯 3줄, 4줄, 5줄짜리, 복사기로 복사해 붙인 듯하다"며 "합의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청문회에 나갈 수 없다는 천편일률적 내용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대법관들의 불출석 사유서를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였는데,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조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다만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대법원으로 들어갔다.
이번 청문회는 대법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사법권 남용·대선 개입 의혹을 다룬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불참했음에도 불구 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증인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서석호 변호사와 이성민 법원공무원노조 위원장, 서보학(경희대)·이준일(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관련 헌법소원을 낸 조영준 변호사 등이 채택됐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으로 넘어 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례 없는 속도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선고 역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9일 만인 지난 1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려 사법부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낳게 만들었다.
이후 시민사회 단체들은 조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사수사처에 고발했고, 국회는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한 청문회를 비롯해 특검, 탄핵 소추 등을 예고했고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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