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女 대선후보…18년 만에 '無 출마'

  • 18대 당시 4명 출마…최초 당선 기염

  • 19·20대 대선 각각 1명·2명으로 급감

  • "정당정치 난맥상…박근혜 효과도"

15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일대에 제21대 대통령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일대에 제21대 대통령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대통령 선거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투표용지에는 여성 후보의 이름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 정치에서 그만한 두각을 드러내는 여성 정치인이 부재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1대 대선 후보자 등록 현황에 따르면, 이재명·김문수·이준석·권영국·황교안·송진호 후보(기호순) 등 7명의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격돌한다. 남성 후보 일색의 대선 대진표가 짜여진 것은 2007년 17대 대선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이명박 한나라당, 이회창 무소속 후보 등 총 12명의 후보가 등록했으나 여성은 전무했다.

2012년 18대 대선은 한국 대선 역사상 유일하게 여성 후보의 비율이 남성을 넘어섰던 사례로 남았다. 당시 7명의 후보 중 박근혜 새누리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김소연·김순자 무소속 후보 등 여성 후보가 4명이었고, 이는 단일 대선 최다 기록으로 남았다.

본선거 3일 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정희 후보의 중도 사퇴로 최종 3대3의 동등한 성비를 기록했지만, 복수의 여성 후보가 대선 정국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한국 선거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기록됐다. 특히 박 후보는 51.55%의 최종 득표율을 획득하며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념비적 역사를 썼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스캔들에 직면하며 불명예 퇴진한 이후에는 여성 후보 자체가 급감했다. '장미대선'으로 불렸던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15명의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진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14명 중 2명(심상정 정의당·김재연 진보당)만 여성이었다.

현재 한국 정당 정치의 난맥상과 함께 전통적인 남성주의 체계가 여성 등용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대화와 협상의 정치는 여성 정치인이 더 잘한다"며 "지금 같은 극단적 진영 대결 구도에서 내전 상태가 지속되는 한 여성들이 살아남기 어렵고, 인재들은 정치판을 외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탄핵 효과도 있다"며 "거대 양당에서도 은근히 여성 정치인이 난국을 뚫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있다. 아직은 국민들의 공감을 받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