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단일화, 양보가 답...정치는 덧셈이 아니다"

  • 김문수, 보수의 미래 위해 내려놓다

  • 이준석, 한걸음 물러서 미래를 설계하다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김문수와 이준석. 한 사람의 양보 없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단일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치에 양보란 있을 수 있을까. 정치에서 양보란 말은 마치 수학에서 나눗셈처럼,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계산이 복잡하다. 누구나 알고 있다. 정치에서 ‘양보’란 언뜻 고결해 보이지만, 실제론 가장 계산적이다. 일전에도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총리에게 양보할 줄 알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준석 후보가 김문수에게 양보할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후보 단일화는 언제나 두 얼굴을 갖는다. 하나는 '대의명분', 즉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절박한 요청이요, 다른 하나는 '복잡한 계산', 곧 각자의 이익이 걸린 전쟁이다. 김문수와 이준석의 앞에 놓인 단일화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22일과 23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이 46.6%, 김문수 37.6%, 이준석 10.4%로 나타났다. 단순 합산 지지율만 보면 김문수와 이준석은 오차범위 내에서 이재명을 앞선다. 하지만 정치는 수학이 아니다. 지지율은 덧셈만으로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단일화가 없으면 지지층은 분산되고, 단일화가 어설프면 시너지는커녕 분열만 가속된다.

결국 두 사람 중 누군가는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그 '양보'가 진심으로 수용되지 않으면 단일화는 성공할 수 없다.  누구나 말한다.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하나마나한 얘기다. 진짜 핵심은 ‘누가 양보할 것이냐’다. 단일화는 결코 아름다운 포옹이 아니라, 냉정한 판단의 산물이다. 명분 없는 양보는 없다. 그리고 양보에는 반드시 '정치적 보상'과 '서사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먼저 김문수가 양보할 경우를 보자. 그에게는 강력한 명분이 있다. 바로 '보수의 경륜, 미래를 위해 내려놓다'이다. 오랜 세월 보수 진영을 지켜온 원로 정치인으로서, 그는 '책임지는 퇴장'을 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적 유산을 남기는 일이 될 수 있다. 이준석을 전면에 세우고, 자신은 명예로운 후원자 역할을 자처한다면, 그는 '보수 정치의 아버지'라는 새 서사를 가질 수 있다.

반대로 이준석이 양보하는 그림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경우, 그는 단지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설계하는 젊은 리더'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다. 그는 아직 젊고, 미래는 그의 편이다. 지금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전략적 유예이자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한 발짝 후퇴'라는 명분을 쥐고, 오히려 전장 밖에서 중심축을 잡는 정치를 펼칠 수 있다.

총괄선대위원장, 공동정부 설계자, 혹은 정책 비전의 주도자 같은 역할을 통해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이재명이라는 거대 후보에 맞서기 위해 보수가 세대 통합과 전략적 안정을 원한다면, 그의 선택은 '양보'가 아니라 미래 보수의 '빅픽처'가 될 수 있다. 또한 훗날 '정권 교체의 숨은 설계자'로 회고할 수 있는 서사가 될 수 있다.이준석은 자리를 내려서도 이길 수 있고,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또한 이름이 지워져도 기억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실용적 리더십’의 본질이다. 때로 정치인은 권력을 쥐는 것보다, 그 권력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로 평가받는다. 이준석이 그런 정치적 감각과 상상력을 보여준다면, 그는 이 싸움의 진짜 승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일화가 될려면 '신뢰'가 가장 필요하다. 서로의 명분을 지켜줄 수 있는 신뢰 말이다.

김문수와 이준석이 단일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재명을 이기기 위해서다.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둘 다 패배 뿐이다. 때문에 단일화는 두 사람 중 하나만 이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살리는 구조다.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다. 누군가는 내려서 미래를 열고, 누군가는 올라서 시대를 바꿔야 한다. 단일화는 이상적 연대가 아니라, 차악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대타협이란 허울 좋은 말 뒤에 숨을 때가 아니다. 진짜 단일화는 누군가의 결단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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