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 19일, 베트남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세계 3대 미인 대회 중 하나인 2021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우승자 투이띠엔이 ‘고객 기만’ 혐의로 베트남 공안에 의해 구속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그녀가 광고한 채소 캔디 '케라'였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법적 책임을 넘어, 베트남 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즉 KOL(Key Opinion Leader·핵심 오피니언 리더: 특정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을 활용한 광고 생태계의 구조적 결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투이띠엔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 260만 명을 보유한 베트남의 대표적 인플루언서다. 2024년 12월, 그녀는 유명 틱톡커(틱톡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엔서)들과 함께 케라 제품의 공식 출시 행사에 참여했다. 이 제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채소를 맛있게 섭취할 수 있다’는 광고 문구와 함께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캔디에 포함된 식이섬유 함량은 광고에서 언급된 28%가 아니라 고작 0.935%에 불과했다. 이는 명백한 허위 광고였고, 형사처벌로 이어지기에 충분한 사안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해당 제품을 홍보한 것이 투이띠엔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유명 연예인과 SNS 인플루언서들이 줄줄이 같은 제품을 홍보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베트남에는 팔로워 100만 명 이상의 '대형' KOL이 1132명에 달하고, 10만 명 미만의 중소형 KOL만 해도 3만2000명이 넘는다. 또한 베트남 마케팅 플랫폼 레뷰(REVU)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내 기업의 97%가 KOL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글로벌 평균인 84.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처럼 KOL을 활용한 광고는 빠르고 강력한 파급효과를 자랑하지만, 동시에 시장에서는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 4~5월은 베트남 언론에서 “KOL의 저주”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연예인들이 허위 광고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MC 꾸옌링, 기업가 도안지방, 배우 조안꾸옥담 등 유명인들이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홍보한 사례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한 MC는 단순한 광고로 1억750만동(약 576만 원)의 벌금까지 부과받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윤리 문제를 넘어서 베트남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위협하고 있다. 로펌 ARC 하노이의 호앙반하 변호사는 "KOL 마케팅이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법과 윤리를 무시할 경우 해당 브랜드는 물론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고의적 허위광고에는 형사처벌까지 포함한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도 주요 정책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지난달 14일, 부이타인선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특별조직을 출범시켜 6월 15일까지 1달 간 전국 단위의 대대적 위조 상품, 불량식품, 허위 광고 단속을 지시했다. 그는 “위조품과 허위광고가 여전히 만연한 것은 관리기관의 무능 또는 부패 때문이며, 이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베트남 389 국가지도위원회(불법 유통 및 위조 상품 단속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에만 위조상품 관련 사건이 3만4000건 이상 적발되었으며, 약 4조9000억동(약 2600억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는 제품이 단지 전통 시장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쇼피나 틱톡샵 같은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따라서 베트남 전문가들은 단순히 KOL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플랫폼, 브랜드, 유통업체, 심지어 정부 기관까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회에서 제안된 ‘광고법 개정안’에서는 유명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해당 법안은 2025년 6월 11일 최종 의결 예정이다.
쩐타인먼 국회의장은 “가짜 상품과 허위 광고가 만연하는 현실에서, 중앙과 지방에 걸친 각종 단속기관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며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는 계속해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KOL 한 명의 판단이 수만 명의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이번 사건은 베트남 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KOL 마케팅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책임감과 윤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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