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대형마트 규제, 이제는 풀어야 할 때

조현미
조현미 산업2부 차장

21대 대통령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유통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성장을 옥죄는 각종 규제가 새 정부에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가 꼽는 대표적인 규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2013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같은 매장 면적이 3000㎡ 이상인 대형마트에 매월 두 차례 일요일 휴업을 강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부터 일부 지자체가 자체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수 있게 했지만 대형마트 규제라는 큰 틀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업계는 시장 경쟁 구도가 이미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에서 '온라인 대 오프라인'으로 바뀐 상황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소비 방식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2024년 주요 유통 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보다 2.0%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온라인은 15.0% 급증했다. 주요 유통 업체 총매출은 8.2%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중 대형마트 매출은 0.8% 감소하면서 유통업계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폐지와 새벽 온라인 배송 허용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규제 개선을 추진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동력을 잃었다. 이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대선 후보 간 입장은 갈린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6일 발간한 대선 공약집에서 침체된 K-유통을 다시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자율화와 의무휴무일 온라인 배송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산업 규제 완화 또는 폐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대형마트 의무협업에 대한 두드러진 언급은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대형마트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는 않았지만 골목상권 보호와 활성화를 강조하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 앞서 민주당이 지난 3월 발표한 '20대 민생의제'에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공휴일 의무화 내용이 담겼다.
 
최근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은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올 초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주중으로 바꾸면 마트 주변 상권의 주말 매출이 평균 3.1% 증가했다.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인근 식당이나 편의점으로 향하는 집객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미미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022년 농촌진흥청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하루 평균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610만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630만원)보다 적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기준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 금액은 2015년 1370만원에서 2022년 610만원으로 55% 감소한 반면 온라인몰 구매액은 180만원에서 8770만원으로 48.7배 급증했다.

시대가 달라지면 정부 정책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새 정부에선 달라진 유통 환경을 고려해 낡은 규제를 철폐하고, 상권 상생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